전시 관람/24년

(1) <23회 송은미술대상전> 송은 (23.12.23-24.02.24) 1-2층: 황문정, 정서희, 남진우, 이우성, 이세준, 전장연, 문이삭

천정누수 2024. 1. 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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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1일날 다녀왔다. 어? 0111 신기방기

 
정말 많은 작가가 후보로 올라왔다. 많은 작가만큼 많은 작업이 있어서 작업이 서로 침범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설치되어 보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전시는 예매를 하고 와야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안하더라도 딱히 문제는 안됐다. 그냥 바로 들어가고 싶으면 하면 될듯  진짜 작가가 많아서 간단하게 적고 넘어가야겠다. 전시는 1월 달에 갔고 친구와 함께했다.
 
아 최근에 '작가님'이라고 적어야할지 '작가'라고 적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원래는 약간 뒷담화 하듯이 블로그를 적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내 감상을 봐줬으면 해서 인스타 프로필에 링크를 올려버렸다. 23년도 전시 감상문에 작가라고 적은것도 누군지 티 안내고 싶어서 그렇게 적었었는데, 글러먹었다. 일단 이전에 적었던 것처럼 '작가'로 통일해서 적어야겠다. [사유: 멋쟁이 작가들한테 쫄기 싫어서.]
 
전시 감상문은 총 3부작이 될것 같다. 리플렛이 3곳(1-2층, 3층, B2) 이렇게 구분되어 있기도 하고 양이 많아 3개로 나눌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좀 귀찮다. 하나로 깔끔하게 끝나는게 좋은데 하지만 글쓰다보면 재밌겠지?
 
👇아래는 1-2층 전시 리플렛+ 작가&작품 소개

 

1-2층

전시맵은 내려받기 후 확인해 주세요.

www.songeun.or.kr


 

<송은미술대상전을 위한 표본>, 혼합재료, 155 x 155 x 115cm, 2023

 
황문정(b. 1990)은 ‘도시’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것을 인간과 비인간으로 양분화하여 도시 안에서 발생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관계성에 주목한다. (...) <송은미술대상전을 위한 표본>(2023)은 전시 공간인 송은 신사옥의 건축물을 분해하고 재정립한다. 송은 신사옥을 도심에 놓인 삼각형 형태의 조각으로 인식하고 지상 3층부터 지하 2층까지의 전시 공간을 조망할 수 있는 건축물 모형과 작은 비인간 조각들을 통해 하나의 ‘비인간’으로서 건물의 공간적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나아가 작가의 '도시 비인간'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거의 작품인 <무애착 도시>, <신도시 무리들>, <유사도시표본>, <비인간들의 도시>를 아카이빙하며, 이를 통해 공간과 작품 간의 연결 지점을 모색하는 과정을 제시한다  
 
도시 안에서 은폐되고 배제되어온 존재에 관한 작업. 전시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마지막에 나가면서 봤다. 이때 나는 지친 상태였고 작품을 집중해서 오래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찾는 비둘기, 심하게 가지치기된  나무와 같이 도시안에서 소외된 소재들에 관심이 있는 만큼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작업에 체류한 시간은 짧았지만, 짧은 시간동안에 흥미로운 글을 보았다.
 
'비인간'으로 공간의 특성을 파악하기. 근데 표본이란 방식은 인간적인 태도 아닌가?라는 생각을 글적으면서 한다.  표본만들기는 알 수 없는것을  자신만의 질서로 붙잡으려는 인간적인 태도로도 보인다. 불안을 해소하기 자기만의 규칙에 우겨넣기..(이건 작품에 대한 생각이라기 보다 표본에 대한 생각에 더 가까움) 한편으론 표본을 통해 체계화를 해서 숨겨져 있는, 안보이는 것들을 단단하게 보여 줄 수 있는건가? 표본은 증거, 증명 처럼 비인간적인 존재들의 존재 근거가 될 수 도 있으니까 말이다. 


 

<LUCA> 싱글 채널 HD CGI 비디오(컬러, 사운드), 8분 57초, 2023

 
정서희(b. 1987)는 오늘날 직면한 생태계 위기와 고갈, 소멸, 파괴 등에 근거하여 아포칼립스에 대한 불안과 상상을 뉴미디어 작업으로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LUCA>(2023)는 게임화된 다큐멘터리로,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인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를 매개로 신화적인 과거와 예상된 미래의 내러티브에 바탕을 둔다. 작가는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는 시간을 넘나들며 현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루카를 둘러싼 환경과 인간 사이에 기묘하게 얽힌 스토리를 구축해간다. 이는 인류가 파괴되어 생태적으로 붕괴한 시대에 비인간과 인간 간의 상호교차성을 상상하게 하며,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오래 못봤다. 하지만 새로운 생태계를  보여주는 인상으로 기억한다. 포슬포슬한 주인공인 (루카일듯)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을 다시금 밟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 옛날 미래동물 대탐험이 생각난다. 인간이 사라진 후의 세상을 상상하는 다큐멘터리였는데 가장 먼 미래에는 오징어의 먼 후손들이 정글을 지배했다.

나무위키에 있는 코끼리오징어

진짜 재밌게 봤었는데 :)


<괴물들의 서사시> ,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322 x 604cm, 2023

 
남진우(b.1985)는 상상력으로 주조한 내러티브를 점차 발전시키면서 환상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에 회화적 실험을 덧대왔다. 작가는 아크릴과 유화를 넘나들며 평면적 화면에 콜라주 기법을 더해 서사적인 층위를 얹거나, 캔버스를 무대 장치처럼 이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극화시키도 한다.(...)  그의 회화에서 ‘대왕오징어’로 대표되는 악당은 중세 제단화, 성경, 바로크 문양 등에서 차용한 도상들이 결합되어 화려한 괴물로 묘사되는데, 이렇듯 작가의 공상적인 세계관 안에서는 당연하게 숭배되어온 믿음이나 신념이 유머러스하게 전복된다.(...)

2021 젊은모색에서 남진우 작가의 작업

남진우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한 <젊은모색2021> 전시에서 처음 봤다. 그때 인상적인 것은 작가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화면에 콜라주 기법을 더해'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었다. 성은에서의 전시는 젊은 모색 때보다 종이를 잘라 붙인 콜라주 느낌이 덜했다. 나 같은 경우 이때의 콜라주 느낌을 기대하고 전시를 하러 갔기 때문에 아쉬웠다. 그렇지만, 섬세하고 조용한 침묵 또한 매력적인 작업. 화면 왼쪽, 대왕오징어인 것 같은 친구가 갖고 있는 섬세한 표현들이 매력적이다. 만약 내가 컬렉터가 될 수 있으면 수집하고 싶은 작품.. 왜 난 부자가 아니지???
 
여기도 오징어가 있네? 아까 말한 미래 동물 대탐험에선 코끼리오징어도 있지만, 원숭이오징어도 있다

책표지를 장식한 원숭이 오징어

 
미래 동물 대탐험에선 원숭이오징어가 인간을 대신할 고지능 생물이 될것이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막을 내린다.
 
오징어에서 출발한 고지능 생물이 있는 미래. 이 미래의 고지능 생물은 너무 전통적인 외계인 모습 아닌가? 게임 메탈슬러그 시리즈 '마스인' 같은 모습도 생각나고 둘 다 별로 좋은 친구는 아닌 것  같다. 오? 오징어가 전형적인 외계인(특히 나쁜)을 연상하기 때문에 오징어를 빌런처럼, 괴물처럼 작업에 사용했나봐! 


<보글보글 핫 팟>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아크릴릭, 모니터, 스피커, 210 x 210cm, 2023 (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춤을 추지>,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아크릴릭, 210 x 210cm, 2023(우)
맞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글보글 핫 팟> 의스피커

 
이우성(b. 1983)은 현대 사회의 일원으로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장면들을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여왔다. (...) 이번 전시에서는 다국적의 사람들과 훠궈(Hot Pot)를 앞에 두고 낯설고 불완전한 소통을 이어갔던 경험을 재구성한 신작 2점을 선보인다. 최근 작가는 고유의 속성을 유지하는 것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충돌과 그 사이에서 절충을 찾으려는 노력을 비집고 경계를 흐리는 섞임에 주목해왔다. 작가는 토착화된 중국의 전통 음식을 다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 자리에서의 경험을 고유성이 흐려진 경계와 혼재된 상태로 묘사하며, 문화와 고유성의 혼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세세한 제스처와 표정을 통해 개개인의 상황과 감정을 드러내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우성 작가의 이전 작업, 캐릭터 처럼 그리지 않았던 그림을 더 좋아한다. 때문에 전시에 오기 전 이우성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봤을 때 기대를 안하고 작품을 보러 왔다. 근데 예상 밖으로 재밌게 봤다. 특히 좌측에 걸린 <보글보글 핫 팟,2023>가 인상적이였다. 이 작업은 가운데 사각형 부분이 모니터에서 재생되는 화면이었는데 이게 천에 그려진 그림의 색감과 잘맞아 어우러졌다. 어떻게 그러지? 하면서 관람했다.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 일 수 있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모두가 그 이상을 상상하며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Beyondscape>,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260.6 x 327cm(4pcs.), 2023 -<Beyondscape> ,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63.5cm, 2023-&nbsp; <Beyondscape02> ,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63.5cm, 2023 -<Beyondscape05> ,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63.5cm, 2023 -<Beyondscape06> ,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63.5cm, 2023
<Painted Painting>,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260.6 x 387.4cm(4pcs.), 2023 -<제국의 황혼>,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93.7cm, 2023- <내가 너처럼 꿈꿀 수 있다면>,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93.7cm, 2023-<그림이 그린 나>,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93.7cm, 2023 -<그림을 불태우던 밤>, 린넨 위에 유화와 아크릴, 형광안료, 130.3 x 193.7cm, 2023

 
이세준(b.1984)은 형광색, 원색 등 과감한 색채 사용과 회화의 구상과 비구상적인 형식을 한 화면 안에 담아낸다. 작가는 비일상적으로 보이는 시각적 요소들, 이미지와 물질의 병치 등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회화를 구현한다. (...) <Beyondscape>는 '풍경화'라는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풍경화가 여러 장면의 그림 같은 생생한 요소들을 간직한 채 재조합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Painted Painting>은 장르적 구분으로서의 풍경화에서 확장되어 회화라는 매체 자체를 작품의 대상으로 삼았다. 표면적으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표현하면서, 회화 매체가 가진 상징, 환영, 물질성, 서사, 장식성 등의 특징을 통해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질문한다.
 
회화로 할 수 있는걸 다해보겠다는 느낌이 담긴 작업. 내가 가진 회화적 표현 능력이 다채로웠으면 시도해 봤을 것 같은 작업 방식이다. 스티커과 붙어 있는 것 같은 환영을 보여주는 그리기, 스프레이로 뿌린 것 같은 표현, 두텁게 나이프로 올린 표현, 성실히 묘사하는 그리기 정말 다양한 표현의 집합의 화면. '회화 그리기 방식 모둠 샐러드' 느낌. 각각의 그리기가 또 엄청 버무려 있지는 않다. 왜일까? 각각의 그리기 방식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헤치고 싶지 않았을까? 궁금.
 
4개의 그림이 하나의 화면인 것 같은데 왜 따로 따로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하다. 나는 ‹Painted Painting,2023› 작업이 더 좋았다. ‹Beyondscape,2023›은 표현들이 안친한채로 수학여행 온 것처럼 따로 노는 느낌인 반면에 ‹Painted Painting>의 경우 다양한 그리기 방식이 더 적극적으로 수행되어 보여서 재밌게 감상했다. 


<곡선 연습>,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3 <-개간지 제목

 
전장연(b. 1982)은 일상에서 경험한 사물을 조형물과 조합하고 변형해 비정형의 조각으로 탄생시키는 방식으로 사물과 조각의 유기적인 관계를 모색한다. (...) 곡선 형태의 철판 조형물과 평면 작품으로 구성된 신작 <곡선 연습>(2023)은 자연스러운 선을 그리는 것에 목표를 둔 난치기의 장면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주변 기물에서 비롯한 조각적 풍경을 통해 각자의 곡선을 다듬는 누군가의 하루 일과를 떠올리게 하며 개인의 서사를 갖게 한다.
 
유쾌하게 본 작업. 곡선 연습이라고 적어논 제목이 간지난다 생각했다.(지금 작성하면서 생각) 전시를 볼땐 작가가 사용했을법한 생활용품이 만들어낸 무게의 균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때문에 생활용품에 무게를 상상하면서 유려하게 구부러진 철판 조형물을 감상했다.  구부러진 조형이 작가의 삶으로 확장되는 것 같은 경험.
 
내가 전시를 보러 갔을 때 때마침 전시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전장연 작가의 전시해설 차례가 되자 많은 관람자들이 작업 사이를 오가며 전시해설을 들었는데, 관람자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바람을 따라 작업이 흔들렸다. 재밌었던 기억. 흔들 흔들 거리니까 좀 불안했는데 정말 잘 버텨서 신기했다.

21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최병석 작가 작품, 왜 제목을 못찾겠지??

 
지난 송은미술대상전 최병석작가의 작품이 떠올랐다. 작은 무게로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이렇게 따지면 연관 안될 작가가 없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두 작가를 비교하며 감상하니 재밌었다.
 
-최병석 작가: 아주 약하고 작은 재료로 정지된 치밀한 긴장감을 만든 조형물. 때문에 관람객의 동선을 차단함  
-전장연 작가: 최병석 작가보다 튼튼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관람객이 작품 사이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듦. 관람객이 움직이면서 생긴 바람으로 작업이 움직이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냄.
 
데이터 축적. 데하카처럼 '정수 수집하기'

귀여운 데하카 :)


<바람길>, 점토 15종(1240도 소성), 나무,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3
이 귀여운 포인트를 보라!

문이삭(b.1986)은 소조의 방법론을 견지하며 사물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사물이 구성하는 경험을 조각적으로 상상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Bust-바람길>(2023)은 세라믹과 속이 빈 통나무, 수집된 오브제가 다소 무질서하고 위태롭게 쌓아 올려진 형상을 띠는 한편, 실제 사람 크기의 스케일은 숭고한 기념비적인 흉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업의 재료는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속이 비어 있거나 의도적인 설계에 의해 텅 빈 내부를 가지는데, 이러한 구조가 내재한 고유한 소리는 조각이 놓인 공간의 성질과 호흡하며 짧게 발생하고 다시 흩어진다. 조각의 내외부를 관통하며 희미한 점멸을 반복하는 소리는 누군가가 연약하게나마, 그러나 그곳에 명백히 존재했음을 은유한다.
 
 
같이간 친구가 도자로 만들어진 표면보고 뭐라 뭐라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아마 저게 도자가 아닌것 같다 했나? 그랬던거 같기도 하고 생각나면 물어봐야지. 이때 부터 전시해설을 따라가며 전시를 감상했다. 전시해설사가 작업을 불어 소리를 들어봐도 된다고 했지만, 입을 대기는 싫었다. 작업이 잔디밭에 올라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바람이 자연스럽게 불어 텅빈 내부를 느낄 수 있으면 감동적이겠다! 
 
작업이 완전히 접착된것이 아니라 천같은 걸로 균형을 맞춰 놓은 것도 재밌었다. 작은 포인트가 작업을 긴장감 있게 감상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튼튼해보이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발견 할 수 있는 빈틈. 재밌었다.
 
아 그리고 그냥 나무질감도 좋았다. 나무의 따뜻하고 매끈하고 단단한 질감. 매력적이다.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 김윤신작가의 전시를 본 이후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다.  문이삭 작가의 경우 세라믹과 나무의 재료 특징이 " 텅빈-속이꽉찬,  거친 표면-매끈한 표면, 점점히 밖혀있는 흙의 입자-잘게 갈라져 있는 나무 표면" 같은 도식으로 두 재료를 비교하며 감상 할 수 있었다. 재밌군!


귀여운 기록..
<호두나무>, 캔버스에 연필, 아크릴 물감, 180 x 145cm, 2023
<호두나무>, 캔버스에 연필, 아크릴 물감, 175 x 145cm, 2023

 
박형진(b.1986)은 일상의 풍경을 수행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회화의 어법으로 재구축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의 화면에는 구체적인 형태가 소거되고 작가가 풍경에서 채집한 색채만이 남는데, 종종 그리드로 환원되기도 하는 이 색채는 무의식적인 리듬과 질서를 구성하며 자연의 본성에 가까이 다가간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올해 봄부터 일정한 주기로 호두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나무가 변화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작업 <호두나무>(2023)를 선보인다. 재개발이 예정된 동네와 운명을 같이 하는 호두나무는 곧 사라질 풍경이 잠시나마 유보하는 시간성을 은유하는 존재로, 작가는 선형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생명을 피워내며 굴절되는 자연의 시간을 기제 삼아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의 현재를 탐구하고자 한다.
 
기록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각각의 칸마다 작은 생명들(작은벌레, 개미)들이 그려져 있는데 재밌었다. 정말 계산적인 작업일 것 같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뽀짝한 소재를 다뤘다. 근데 이 그리드의 규칙이 궁금했졌다. 어떤 기준으로 숫자를 적었고 시간을 포착하려 했는지, 그런 지점들이 궁금해지는 작업이다.
 
튼튼한 그리드 사이로 관찰할 수 있는 작은 벌레들 처럼. 호두나무도 도시라는 격자 사이에 잠깐 피어난 작은 벌레 같은 존재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 보인다. 작지만 도시 속 순간을 환기시켜주는 존재. 귀여운 작업 :) 오래 보려 했지만 전시해설 순서에 밀려 다음 작업으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