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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24년

<주머니 유치원> 이동현 _ 스페이스 카다로그 (24.11.2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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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날 방문했다.

 
□ 이동현 개인전 @leeehdguss
2024.11.29- 2024.12.19
 
□  디자인_A Studio A (이재환)
□  사진 촬영_양이언
□  감사한 분들_박정우, 박지호, 이하령, 정용
 
 언제나처럼 마지막날 급하게 방문했다. 전시를 보러 가야지 하고 몇 번을 미루는 습관은 언제쯤 고쳐질까? 언젠가는 원하는 일정에 착착 가기를. 요새 다시 노션에 계획을 쓰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연휴 끝나고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어쩌겠나 다시 시작해야지.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리라! 🐙
 
전시는 조각과 만화와 함께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을 3개의 화면으로 보여줬다. 영상은 작가 혼자서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다로그 스페이스에서 전시장을 어둡게 만들어 영상을 튼 것은 처음 봤다. 흥미로움 ~

 
각 화면에서는 서로 다른 시점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특정 화면에 고정되지 않은 채 다른 화면으로 옮겨가면서 재생됐다.

 

 
아 귀여워! 조명은 표본이나 부품을 보기 위해 비추는 것 같았다. 이 생각은 조명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 무광 검은색 플라스틱과도 연결 됐다. 표본, 부품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기능적인 역할과 둥글고 매끈한 모습이 겹쳐서 귀엽고 담백한 느낌을 줬다. 

 
만화책을 올려두는 좌대의 윗면을 검은 고무로 마감했다. 그리고 그 고무를 판판한 못으로 단단히 고정했는데, 그 마감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영상을 보는 의자도 포슬포슬한 질감을 가졌다. 영상을 위해 공간을 어둡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좌대와 조명을 모두 검은색으로 처리한 느낌. 전시 공간을 어둡게 만들면서도 같은 검은색 안에서 각기 다른 질감을 선택해 구성한 게 흥미로웠다.

 
멋진 글씨

 
거대 해파리에 잡아먹히고  있다.

 

 
만화책 종이와 연결되는 것 같은 A4용지

 
앙상하다. 하지만 완전히 앙상하지 않음. 오래 튀겼을 때 수분이 다 빠져나가고 쪼그라들고 딱딱해진 것 같음.

 
웃자!

주머니에 안긴 남자를 본 적이 있다. 속이 빈 플라스틱 캥거루 조형물에 달린 작은 바구니, 그 좁은 품에 몸을 구겨 넣고 머리만 내민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던 남자. 어미의 배에서 포근함에 젖은 캥거루 새끼가 인간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면 아마 그 청년처럼 웃었을 것이다. 또 다른 주머니에 처박혀 있던 남자도 기억난다. 굴처럼 생긴 방에 머리만 파묻은 채, 항문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그 엉덩이가 마치 누구든 환영하는 얼굴처럼 보였다.

-전시서문

 
전시는 작가와 완전히 붙어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작가의 경험을 아주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말이다. 더 풀어보면 누구든지 환영하는 항문을 같이 바라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늘어난 항문을 마주하는 경험은 적어도 나에겐 쉽지 않다. 퍼포먼스와 만화에서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영상에서는 고통의 신음인지, 오르가즘의 신음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웃음조차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만들어졌다. 만화에서는 폭력적인 상황을 귀엽고 담담하게 묘사한다. 전시는 이런 식으로 고통과 쾌감을 정교하게 겹쳐 놓는다. 고통은 찢어지며 늘어난 항문이고 쾌감은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 이때 겹쳐진 모습을 상상하면 자기 몸에 찢어 구멍을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주머니에 들어가 포근하고 안락하게 담겨있는 모습일 것이다.
 
이 감정은 전시된 조각처럼 합쳐진다. 조각은 몸의 내부를 파낸 형상 같았다. 텅 빈 몸, 그 속 뼈에 얇게 남은 근육, 그 아래로 드러나는 뼈, 껍질만 남은 피부를 물감에 튀겨낸 것 같은 형상. 그래서 튀겨진 몸은 하나하나 구별되지 않고 합쳐진 형태로 보였다. 조각에서 뒤엉킨 모습처럼 감정들 또한 조각조각, 동등한 무게로 겹쳐졌다.  
 
뭔가 전시에서 느낀 쾌감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어졌다. 고통은 좀 명쾌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오는데 쾌감이 애매함. 포근한 쾌감 포근함. 포근함.. 지난번에 방어 목구멍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떠오르기도 한다. (방어를 봤을 때 양가적 감정, 그 겹쳐짐 수준이 이 전시에서 느낀 무언가와 비슷) 뭔가 이 포근함이 노란 조명에 빛 쬐고 있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더 빨갛고 그런 그런 느낌. 아! 그 달걀 깨서 병아리 부화하는 거 관찰하는 느낌이 든다. 

이것

귀엽고 따뜻한데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