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김동섭 개인전 《물이 고인 땅》
🚿 작가: 김동섭 @eawestp__
🚿 글: 박성민
🚿 디자인: 조화라 @hwararararara
🚿 사진 촬영: 양이언 @photolabor_
지하로 내려가는 전시장. 지하는 늘 습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가는 것 같다. 이 전시장은 몇 번 와봐서 길을 기억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지하철에서 반대편 출구로 나왔고 몇 걸음 더 걸어가 이상함을 느끼고 지도를 켰다. 역시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군 하고 바로 방향을 틀었다.
전시를 보기 전 지하에 우물을 만든 것을 알고 갔다. 얼마나 습할까?를 상상하며 전시장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다. 난 키가 작다. 그럼에도 머리리카락이 닿는 게 느껴져 입구가 더 낮아 보였다. 원래도 입구쪽 높이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벽으로 전시공간이 바로 보이지 않게 막아두니까 더 낮게 느껴졌음.



입구에서 머리카락이 닿았던 아삼아삼한 느낌. 그 낮은 느낌이 전시장 공간에서도 느껴졌다. 바닥을 올려서 그런 것 같다. 그나저나 층고가 낮아서 좋았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아 작품 옆면에 얇은 합판이 붙어있는 줄 몰랐다. 다른 사람 사진을 보고 알아챘다.




층고가 낮아서 좋은게 이런 요소 때문인 듯. 쪼끔 가려지는 모습이 긴장감을 준다. 예전에 원 엔 제이 갤러리에서 본 김민애작가 개인전 <거인> 이 생각난다. 살짝 가려진 것 때문에 더 크게 보이고 수상해 보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선 좀 숭고한 느낌은 아니었고 더 더 날 것의 느낌. <거인>에선 대웅전에 앉아 있는 큰 불상에서 느낀 압도라면 <물이 고인 땅>에선 창고에 있는 큰 물건 때문에 놀란 느낌. 불상은 내가 피하고 싶어지고 큰 물건은 괜히 치우고 싶지 않다. 이게 아주 딱이야 하고 치우지 않기. 이런 감상에는 귀찮음도 좀 포함되는 듯. 딱 보기 좋아 + 아 저거 치우기 귀찮다. 이건 불상과 비교했을 때 더 통제가능한 수상 함일까?

수석을 전시해둔거 같아


예상외로 얇다.


바닥은 거칠거칠했다. 철거현장에 있는 기분.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삐걱이고 버석였다. 저 알맹이들이 그르륵하면서 발에 밟히는 게 삐걱이는 거랑 같이 느껴지면서 일품이었다. 말라비틀어진, 임시적인 느낌을 줘서 좋았다.

버석 포슬 질감이 바닥부터 조각까지~





쓱 - 삭!



1. 나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가벽을 만들고, 집을 수리하고, 전시공간을 제작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이 일을 하며 익힌 기술과 감각은 자연스럽게 작품을 창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업자로서의 재료와 작가로서의 재료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어져 왔다.
(...)
6. 외부세계에서의 활동은 작업실에서 자연 발생하는 폐기물의 순환으로 이어진다. 잉여재료와 폐기물을 작업실로 갖고 들어온다. 이들의 버려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작업실 내부의 풍경은 질서를 갖고 계속 변화하기에 자연과도 같다. 생명 없는 잉여들이 만든 풍경.
7. 나는 우물이 생명을 돌게 하여 작업실의 여러 부산물이 서로 붙고 굳고 형태를 형성해서 단단한 몸을 갖추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언젠가 흥미로운 상상을 요구하는 전시공간을 만나 이곳저곳에 놓이며 풍경을 구성하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전시장의 실제 우물이 조형물에 각각 생명을 부여하는 모습.
(...)
9.작품의 핵심에 관해 대화한 적 없는 상황은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이해하고 있는 머릿속 작가의 시선을 마음대로 편집하고 배열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위 리스트는 그렇게 만들어진 짧은 허구의 작가 노트이다. 전시가 만들어지는 상황만을 공유하며 작가의 전시에 대한 생각을 제삼자가 추적해 보는 것. 오랜만의 개인전을 펼친 작가가 구현하려 한 풍경은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생명력의 경험과 감각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가든가든하다》, 박성민
습한 생명력. 지하실에 MDF 판들이 쌓여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렇게 쌓여인는 판들은 자제가 남아서 대충 쌓아놓고 치우지 않은 것이다. 여름이 되자 지하실이 엄청 습해진다. MDF는 이 엄청난 습기를 견디지 못하고 물러지고 흐트러지면서 합쳐진다.(아마 침수도 됐을 것이다.) 겨울이 되고 지하실은 엄청 건조해진다. 건조해진 지하실은 이렇게 합쳐진 MDF를 단단하게 굳힌다. 바스러질 정도로 건조하게 합쳐진 이 나무판은 버석버석 소리가 날 것 같다.
전시를 보니까 이런 장면이 상상되었다. 습기, 훼손되고 아주 건조한. 적다보니까 MDF판 보단 석고보드가 전시에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전시장에 있는 우물에 먼지만 동동 떠다녔다. 그 먼지를 입으로 불면서 재밌게 전시를 보고 나왔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 후기를 적고 있다. 그러면서 생명의 샘, 또 워크레프트 생각난다. 워크래프트에서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주는 생명의 샘. 자매품 마나의 샘이 있다. 스타크래프트 2 군단의 심장에서 케리건이 제루스의 연못에서 칼날여왕으로 다시 태어난 장면도 생각난다. 적다 보니 칼날여왕이 좀 더 이 전시와 어울리는 군 싶다. 그래서
칼날여왕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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