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 Amicable Relationship》
■ Opening Reception 12.14 17:00-
■ 12.13 - 1.4
■ 유형석 @ryupig_artwork
■ 글: 이민정 @idgienoteasy
■ 디자인: 정준영 @beyoungex
■ 사진 : 최철림 @choi_chul_lim
■ 월-토 13:00-18:00 (수 -20:00)
■ 광진구 용마산로 1길 65, 2층(주차가능)
거의 두 달 전의 전시를 기록한다. 마지막날 방문했고 전시장에 유형석 작가가 나와있어 대화를 나눴다. 유형석 작가는 학부 후배이고 친절하게 전시를 안내해 줬다. (커피도 사줬다 너무나 큰 감사). 날씨는 겨울치고 따뜻했고 기분이 좋았다.


그림은 얇은 막 같은 레이어가 여러겹 올라가 있었다. 구분해 보면 밑색을 칠한 층, 그러데이션으로 형태를 만든 층, 물때 낀 것 같은 얼룩을 만든 층 이렇게 구분되는 것 같다. 이런 층들이 섬세하게 겹쳐져 있었다. 때문에 색이 혼탁하지 않고 깨끗했다.


화면에 보이는 형상은 유기적인 형태를 암시하면서도 기계 같았다. 사실, 그것이 기계인지 생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어떤 형상은 번데기처럼 보이기도 했고, 동시에 번데기를 닮은 기계처럼 보이기도 했다. 리움에서 본 아나카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한다. 유기체를 흉내 낸 기계, 혹은 효율적인 형태를 추구하다 보니 유기체처럼 보이는 기계. 동물보다 더 매끈하고 유선형의 몸을 갖게 된 기계.

작가는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에 주목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고민하면서, 그 기원이 되는 ‘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시작점이 가장 구분하기 어려운 중간지점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기계와 생명체의 관계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까? 기계와 생명체를 겹쳐 놓았을 때, ‘알’과 같은 기원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짐.





작가는 경계를 이야기하면서 침투를 이야기 했다. 내 기억상 이 의미가 하하 호호 소통하는 느낌보다 '옆사람 땀냄새가 내 코를 찌를 때' 같이 불쾌한 침범의 느낌에 가까웠다. (정확하지 않음) 어쩔 수 없이 투과되는 막 사이에서 부데끼는 신체 위태로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침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방충망을 뜯어서 만든 그림을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방충망이야 말로 위태로운 경계잖아? 방충망 한 곳만 조금 틈이 나도 스멀스멀 기억 들어오는 벌레들. 동시에 벌레는 쳐내고 공기는 통하게 하겠다는 인간의 결심도 보이고.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형된 신체와 그 유한하고 불완전한 몸이 외부의 변인에 노출되는 감각은 유형석의 작업에서 예측 불가능한 형상들로 환원된다. 일상의 견고함에 대한 믿음이 부서질 때, 기민하게 신 체의 안팎을 치고 들어오는 감각은 정태적인 것이 아닌 동(물)적인 반응이다. 조금씩 이지러지고 비틀린 조형 단위들은 화면에 정동(affect)을 부여하며, 틈과 그 사이를 메우는 미완의 형태들은 취약하나 결핍으로 인식되 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그 틈을 통해 타인의 지대에 침투하고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며, 서로의 불완전함 에 기대게 되는 것이다.
-전시서문 중, 이민정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경계를 모호하게 하기. 변형된 신체. 불완전함. 근데 그림이 꽤나 안정적이고 튼튼하다. 그래서 유형석 작가의 그림은

로봇 강아지가 생각나는 그림. 왜냐면 이친구도 생명체랑 기계 그 경계에 있는데 대가리가 없음. 그래서 기이한데?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다가옴. 이 느낌이 그림이 안정적이고 튼튼한 인상과 연결되는 것 같다.
'전시 관람 > 25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Dust in the Wind > 박광수, 이동혁 _IAH Seoul (24.12.14-25.01.18) (0) | 2025.04.13 |
---|---|
<겨울 회화> 대안공간 루프 (24.12.27-25.01.25) (0) | 2025.04.13 |
<미래> 윤향로 _ 미래빌딩 (24.12.06-25.01.11) (0) | 2025.03.01 |
<무풍지대> 김우진, 나나와 펠릭스, 박기덕, 이주영 _ TINC (25.01.06-01.19) (0) | 2025.02.27 |
<물이 고인 땅> 김동섭_팩션 서울 (24.12.26-25.01.15) (1) | 2025.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