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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25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_서울시립미술관 (25.08.26~11.23)

9월 30일날 방문했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降靈: 영혼의 기술》이 8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하나의 질문, “현대미술과 동시대 미술의 발전에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경험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지난 10년간 대안적 형태의 지식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의 수가 급격히 증가해 온 현상에 주목한 예술감독팀은, 억압된 문화적 전통에 담겨 있는 신비주의, 예지적 접근, 비밀스러운 시선이 예술 담론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배경을 살펴봅니다. 이와 같은 동시대의 현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동시에 작금의 위기에 관한 광범위한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총 11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영적 만남, 지각적 확장, 꿈같은 교감을 위한 공간이자, 탁월한 예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언하고, 소환하며, 변형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시됩니다.

* 본 전시에는 나체, 절단된 인체 등 직접적인 시각 표현이 포함된 작품이 있습니다. 19세 이하 미성년자 관람 시 보호자 동반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트는 매일(10.5-8 제외) 오후 1시와 3시에 운영됩니다.
*유진 아트체크인 특별 도슨트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9월 13-14일, 20-21일 오후 2시와 4시, 총 8회 운영됩니다.

👉프로젝트명 l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장소 l 서울시립미술관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기간 l 2025.08.26 – 2025.11.23




영혼의 향연이 시작되리라~ 오너라! 미천한 족속들이여! (영혼이란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임대사.)

9월 30일 이즈음 무엇을 했는가? 동생 생일이 29일이었다. 28일 날 개 맛없는 무한리필 초밥집에 갔다. 29일 날 할머니 성묘를 다녀왔다. 아버지와 큰고모와 갔다. 이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할머니 집을 지나 밭과 비닐하우스를 통과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셔진 산소로 올라갔다. 큰고모와 아버지와 함께 제사를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읍내로 나가서 어죽을 먹었다. 나는 옛날 개비린 어죽을 상상했지만, 그렇진 않았고 맛있었다. 옛날은 생선이 뭉텅뭉텅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갈려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아버지는 매운 어죽을 우려했고 우려한 대로 매웠다. 그리고 오게 된 시립미술관.

이날 왜 시립미술관을 갔나 했더니 세종문화회관에 알바가 있었다. 전시 철수를 돕는 것이었고, 차량 들어오는 것을 관리했어야 했는데 잘하지 못했다. 근데 머쓱하진 않았다. 왜냐? 내가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어떻게 잘함? 아무튼 돈 잘 받았고 꿀 알바였다. 15시 즈음 끝났고 약간 지친 상태로 관람했다.

강령이란 단어가 들어간 전시 제목이 마음에 들었지만 지겨웠다. 언제까지 영혼에 향연의 시작을 기다릴지 모르겠다.

앞서 보여준 쌍둥이 제왕 베클로어는 크툰이라는 고대신과 함께 강해지는 카드이다. 이때 크툰 컨셉의 카드들은 크툰의 하수인들과 크툰으로 조합되어 사용한다. 크툰의 하수인 카드들은 내면서 크툰을 강화하고 크툰이 강해지면 자신도 강해진다. 그리고 하수인들을 통해 강해진 크툰은 마지막에 등장해 적의 명치를 부숴 게임을 끝낸다.

베클로어는 그 하수인 중 하나다. 중반에 등장해 크툰이 나오기 전까지 전장을 버텨주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 카드가 제 역할을 하려면 크툰 공격력 10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만약, 크툰의 공격력이 충분히 올라가 있지 않다면, 벤클로어는 같은 비용의 카드들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성능이 떨어지더라고 그냥 내는 상황이라면 카드 운이 좋지 않았거나, 상대가 너무 빠르게 본체를 압박했고, 패배는 거의 확정된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강령 전시는 어떤 크툰을 소환하려 했을까. 그리고 그를 살찌울 수 있었을까. 나는 이런 강림에는 신실한 하수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믿음을 전제로 움직이는 존재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영혼의 향연은 믿음을 먹고 자란다. 영혼을 믿거나, 다른 차원을 믿거나, 최소한 그것이 열릴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제의 속에서만 작동한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믿을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동유럽의 전통 탈, 인도의 제의 같은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나는 그 신비로운 이미지를 흡수하고, 30초 안에 저장 버튼을 누른 뒤, 손가락으로 넘긴다. 이번 전시도 비슷했다. 나는 이 전시를 인스타 릴스처럼 소비했다.

이렇게 빠르게 스쳐간 이미지들로 쌍둥이 벤클로어를 모두 소환할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강령의 이미지들이 본체를 빠르게 쳤고 그걸 막고 영혼을 믿기엔 전시는 얇았다. 만약 게임이었다면, 크툰을 살찌우지도 못했는데 본체 체력은 0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혼에 어떤 활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패 직전의 판에서도, 간신히 남은 체력으로 버티는 경우가 있듯이. 그렇게 버티기 위해서 조건이 되진 않았지만, 쌍둥이를 소환하지 못하는, 그런 베클로어를 어쩔수 없이 소환해야 했을 수도 있겠다.

벤클로어로 글짓기 재밌군 암튼, 강령은 좀 지겨웠지만 내가 좋아하는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