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층까지는 전시해설을 따라다녔지만 여기서부턴 따로 봤다. 같이 간 친구는 먼저 내려가 있었고 나는 뒤늦게 전시를 둘러 봤다.
지하 2층은 다른 전시장과 다르게 둥근 방에 천장이 원형으로 뚫린 공간이다. 평범한 전시 공간과 다르니 공간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전시장인 것 같다. 일단 이 둥글고 높은 하늘을 가진 전시장을 즐기면서 전시를 관람했다.
임노식(b. 1989)의 작업은 일상에서 마주하고 포착한 장면이나 풍경에서 출발하며 대상과 캔버스, 그리고 작가 ‘사이’에 존재하는 미시적 거리와 서사에 초점을 맞춰 익숙한 대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지점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작업의 소재가 되는 대상과 이를 그림으로 옮기는 행위 사이에는 작가의 시지각, 감각에 따라 미묘한 간극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험을 근간으로 작가는 포착한 이미지가 캔버스 안에서 잔존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왔다. (...) <작업실05>(2023)은 캔버스와 작가, 그리고 작업실(장소) 간 존재하는 틈에 집중해 이러한 간격/차이를 만들어내는 스케일을 찾고, 이를 인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작가는 보이지 않는 간극을 포착하는 행위로 발현하는 감각을 투명함과 불투명함에 대조해 사물의 인지를 통해 변주하는 왜곡 가능성을 실험하며, ‘회화’의 구동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회화에서 즐거운 점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바라보고,느끼고->화면으로 옮기고]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간격 같다. 이 차이를 어떻게 감각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회화가 나오는 것같다.
금호미술관
임노식 개인전 《깊은 선 Deep Line》 작가 임노식은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회화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심리적, 재현적 거리감을 여러 가지 경로로 탐색한다.이번 전
www.kumhomuseum.com
금호미술관에서 선을통해 대상을 자각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이번 송은미술대상에선 모호하고 흩뿌려진 외곽을 인지하며 그림을 그린것 같다. 금호미술관은 내가 좋아서 넣어버림~
허연화(b. 1988)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을 다매체 설치작업으로 표현하여 한정된 공간의 크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빗물, 바다와 강 등 물과 관련된 작업을 펼쳐오던 작가의 표현방식은 물리적 한계가 해소된 환경에서의 물,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자연을 다룬다.(...)이번 전시에서는 물의 이동을 주제로 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급진적이고 유동적으로 변해가는 환경에서 퇴적되는 존재들을 다룬다. 물의 순환 중 일부분인 벼락을 시각 장치로 활용하고 산호가 해양 안 생태계에서 구축되는 방식을 드러냄으로써, 자연 현상에 계속해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들의 매개와 퇴적을 통해 기존의 형태가 변화되고 또 새롭게 변주되는 생성이 다시 전체에 합류되어 순환고리가 되는 동적인 상황들을 표현한다. (...)
캡션을 보고 어떤게 어떤거지? 찾는게 힘들었다. 찾아보는게 힘들었지만,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있어서 작업을 감상엔 무리가 없었다. 작업이 환경과 퇴적되는 존재들을 다룬것은 의외였다. 물론 작업의 형태들이 유기적인 무언가를 암시하긴 하지만, 재료들이 [레진, 플라스틱 점토, 석고, 실리콘] 같은 뭔가 자연과 거리가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환경과 퇴적을 이야기 할때 이런 재료들 없이 이야기하는게 가능할까? 아니겠지! 예전 <달인>이 란 프로그램에서 무인도에 살아기 달인이란 생존전문가가 나왔었는데, 무인도에 남은 쓰레기로 생존도구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이게 무슨 생존전문가냐! 라고 웃기게 바라봤지만, 사실 쓰레기를 잘 다루는게 정말 전문가일 수 도?
작업이 연결된 방식이 너무 웃기다. 작은 원판을 그림 뒤에 눌러 놓아 무게를 맞추고, 케이블 타이로 묶고 , 저거 목공때 쓰는 붙잡는 도구를 사용해서 결합하고 최고다! "작업실에서 30분 드리겠습니다 캔버스를 세워보시죠! 요이-땅✔"한 것 같은 조합
박웅규(b.1987)는 ‘부정성’을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구축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나방, 지네 등의 벌레와 괴생명체의 외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이들을 종교적 도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의미심장한 간극을 화면에 담아낸다.(...)2015년부터 이어져온 <더미(Dummy)> 연작은 언뜻 보기에 네 가지의 소재로 간단히 축약될 수 있으나, 작가는 대상의 형태와 성질에 따라 각기 다른 조형 방식을 부여해 매우 양식화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연작을 발전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미(Dummy)> 연작을 갈무리하는 작업을 선보이는데, 나란히 제시되는 화면 속 ‘부정’한 네 가지 모티프는 불교 사천왕의 형상을 덧입고 성스럽게 육화되면서 정-부정이라는 양극단을 강박적으로 저울질한다.
박웅규 작가의 벌레 그림의 '부정'이 느껴지는 포인트는 털 같다. 진짜 저 얇고 촘촘한 털이 갖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예전에 컴푸터를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 위 천장에 바퀴벌레(먹바퀴종류 같고 길이는 5cm내외 같았다.)가 있었다. 처음엔 나방 종류 인 줄 알았지만, 머리 앞에서 하늘 하늘 흔드는 긴 더듬이 덕분에 바퀴벌레인 걸 알아챘다. 이 때 하늘한 더듬이의 움직임이 기억에 남는데 박웅규 작가의 그림에서 보이는 털이 '더듬이를 보고 바퀴벌레임을 알아챈' 감각을 상기시킨다.
백경호(b.1984)는 조형 요소들이 부유하거나 충돌해 발생하는 긴장을 포착하고, 드로잉, 회화, 조각 등의 매체를 넘나들며 불균형한 생동감을 축조한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천사> 연작과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사유를 담은 한 점의 페인팅은 사람 형상을 주요하게 다뤄온 기존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천사> 연작은 두 손을 들고 만세 동작을 취하는 사람의 형태를 직관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캔버스 표면에 다단한 층위의 물감을 쌓아 올려 만든 추상적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충돌시키고 결합하는 실천이다. 작가는 화면 위 분절된 부분을 봉합하는 방식으로 애써 조화를 꾀하지만, 색면을 덧입히는 등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켜 회화적 긴장을 주조하고 해소하기를 반복한다.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처음 본 작가. 그림을 봤을 땐 '정말 적극적으로 변형 캔버스를 사용한다'정도만 생각했었다. '화면 위 분절된 부분을 의도적으로 결합'한다는 말을 보고 작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긴장감이 더 이해가 됐다. 이 문구 덕분에 가운데 원형캔버스가 위태롭게 연결된 부분을 발견하고 캔버스 안에 그려진 거친 표현만큼 캔버스 외곽, 연결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내작업을 설명하면서 긴장감을 찾아간다고 말하는게 나이브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게 사실상 회화의 전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중이다. 좀 잘 그리고 잘 발표하고 어? 잘 살자.
유화수(b.1979)는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의 환경과 개인, 기계와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이러한 관계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현상에 집중해왔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거된 주거단지의 나무에 집중했다. 평범한 일상의 사건에서 비롯된 <재배의 몸짓>(2023)은 기술과 정보가 발달하고 정교해질수록 자연과 환경에 대한 감각은 단조롭고 무감각해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는 공존이 화두가 된 오늘날의 우리에게 누구와,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 것인가 질문을 던지며, 이를 위해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고안된 첨단기술인 스마트팜으로 죽은 나무에 기생하는 비식용 버섯의 생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유지 보수하는 돌봄의 역할로 선보인다.
요즘 가로수를 보면서 쾌적한 푸르름을 표현할 수 있는 막대기가 나오면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재배의 몸짓,2023> 에서 '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거된 주거단지의 나무에' 집중하듯 나도 여러 곳에 있는 가로수를 관찰하고 기억한다. 제일 웃겼던 기억은 성당과 작은 아파트 사이에 있던 은행나무에 관한 기억이다. 이 은행나무는 성당쪽에 있으면서 맞은편 아파트단지 주차장으로 무수히 많은 은행을 떨어트려 잦은 민원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여차저차한 과정이 있엇지만 결국 이 은행나무는 잘렸다. 나는 이 단순한 해결방식에 감탄하면서 놀랐다. 아마 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한 '자연과 환경에 대한 감각은 단조롭고 무감각해지는 현상에 주목한다.'라는 지점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아 저기 벽에 매달린 나뭇가지중 하나가 파르르 떨렸는데 재밌었다. 작업에 눈을 꽂게된 재밌는 포인트
신제현(b.1982)은 사운드, 비디오, 텍스트, 퍼포먼스 등을 넘나들며 다학제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작업의 주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이나 취미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되는데, 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잘 드러낸다.(...) <물의 소리>(2023)에서 작가는 인구수 30명 이하로 무인도가 되어가는 섬 10곳을 리서치하고, 그 섬에서 버려지는 폐가의 목재, 가구들을 이용하여 배와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배에서 비롯한 잔해의 조각들로 작은 구조물을 만들어 설치한 후 송은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영상과 병치하여 선보인다. 이러한 시·공간의 결합 및 순환은 사람에게 버림받아 사라져가는 섬과 인간이 떠나간 후의 생태 환경을 교차시켜 동시대의 사회, 경제적 문제를 재고하게끔 한다.
이 공간에 이작업만 있었어도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없어지는 기억하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그곳에서 나온 것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번 전시를 하면서 스터디원의 친구분을 알게 됐는데 그분은 인천에 재개발장소를 리서치하고 재개발이 진행되기 전까지 그 장소를 드나들며 수집할 수 있는 잡동사니를 모아 기록하는 활동을 한다. 그분이 신기했던 건 어떻게 장소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장소를 기억하는 일은 어떤 형태로 나오는 것을 고민하는 것 보다 사라지는 장소를 어떻게 애정할지를 고민하는게 더 좋은 방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스터디원 친구분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hagik_archive
하 끝났다 다음부턴 이렇게 하나하나 적지 말아야겠다.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지!
송은은 송은미술대상 말고 전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다른 전시 하면 꼭 보러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