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올라갔다. 장파 작가부터 정진 작가까지 설명을 듣고 전시설명 따라가는 무리에서 나와 남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 아래는 3 층 전시 리플렛+ 작가&작품 소개
장파(b. 1981)는 ‘여성적 주체성’을 주제로 기괴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부정적,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던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의 ‘여성상’을 제시해 왔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성/형상 : 할망>(2023)은 단군 신화 이전 창세 신화인 ‘마고 신화(혹은 설문대 할망)'를 모티브로 하며, 남성의 권위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던 부계 사회가 모계 사회를 대체하기 이전 ‘여성’의 모습을 담아낸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퇴락 전 마고의 본모습을 상상하며, 역동적인 묘사를 통해 관습적으로 다뤄온 여성의 형상을 재고하며 여성성의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한다.
림킴의 민족요가 생각난 그림이다. 마고할미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진짜 멋있는 영상.
눈알이 많이 보이고 탯줄과 같은 촉수의 끝에 ' 관습적으로 다뤄온 여성의 형상'이 담겨 있다. 끝에 평평한 물감의 면 위로 분명하게 새겨진 스텐실 자국은 포슬하며 거친 붓질 표현과 대비되며 화면이 구성된다.
눈알이 많은 건 크툰이 생각난다. 워크래프트게임 속 세계관의 고대신인데 촉수와 많은 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파작가는 2020년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때 네이버 헬로아티스트에서 접했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꽂혀버렸다. 2021년 대학원 수업 때 이불작가의 전시를 보고 나는 '타자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음'을 전제하고 전시를 보았다고 했다. 그때 교수님은 그러면 안 된다고 그랬던 것 같다. 가물한 기억으로 "이해할 가능성마저 차단해 버리면 어쩌자고 하냐! 안 그래도 서로 이해 안 하는 세상에!" 라는 맥락이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이해할 수 없음을 전제한다 했을까? 생각해 보면 타인을 이해 못 한다는 전제를 해야 '난 다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전의 태도가 회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어째야 할까? 뭘 어쩌긴 어째 당장에 최선을 다하자. 몰라도 바라보고 이해하고 사랑합시다.
정진(b. 1984)의 작업은 설화, 전래동화, 만화의 한 장면에서 시작되어 여러 층위의 레이어를 겹친 화려하고 직설적인 이미지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화면 속 이미지는 충돌과 조합의 과정을 통해 패턴 속에 녹아들며 이러한 장면은 관람객의 시각을 거쳐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퍼즐 그림>(2023)은 캔버스 안의 패턴에서 연장된 시트지 설치가 평면 회화와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구상과 추상의 이미지가 혼재된 작업은 어떤 장면과 결합되었을 때에 의미를 발생시키며, 한 장면이 독립적인 존재로 조형적 역할을 하는지에 질문을 던진다. (...)
화면에서 확장된 회화라는 점에서 재밌게 봤다. 공간에 배치를 못하고 한 벽 만 사용할 수 있을 때 참고 할 만한 배치라 생각하며 봤다.
그나저나 디즈니 이미지는 전 세계 모두에게 영향을 준 것 같아 새삼 대단하다는 감상을 했다. 설화, 신화와 만화가 뒤섞인 것도 흥미롭다. 오늘날 설화, 신화는 만화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블이 멀티버스를 정신 나갈 정도로 확장하는 것과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이 같이 생각이 나며 재밌어진다.라고 생각하다가 배고파져 그만 재밌어진 지금.
이은영(b. 1982)은 특정 장소와 상황에 매개하는 ‘실재했으나 사라진 것’, ‘이면에 감춰진 것’, ’잊혀진 것’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를 드로잉, 도자, 입체, 영상 등을 통해 구현해 왔다. 작가는 대상에 시적 관찰과 은유를 더해 공감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관객 혹은 청자의 시선에 따라 여러 갈래로 변주될 수 있도록 해석의 가능성을 넓힌다.(...) 신작 <유령의 나이>(2023)에서 접힌 주름이 펼쳐진 서사는 축약되거나 삭제되고, 작품은 이들이 사라지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천 드로잉과 도자 조각에서 나타나는 주름과 접힘을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은 결국 사라지고 잊혀진 것들을 상기시킨다. (...)이는 우리 삶에서 경험하는 상실을 애도하여 사라진 것을 기록과 기억의 형태로 남기며, 새로운 이야기의 희망을 품게 한다.
마지막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갈라진 흙은 젖은 찰흙을 붙여두고 말라서 떨어지는 것을 상상하며 설치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업 전반적인 걸 '결국 없어질 것을 상상하게 만들기'라는 주제로 보고 작업을 감상했다.
전시 해설에서 주름진 커튼에 그려진 형상이 원자폭탄이 폭발 후 생기는 버섯구름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충격적인 이미지와 별개로 얇고 주름진 표면. 대비되는 게 재밌다.
언젠가 내게 충격적인 사건이 진짜 없었던 것처럼 잊히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익숙해지기+까먹기+외면하기 등등의 조합으로 도려낸듯한 거리감을 갖게 됐는데 그 공백을 느끼게 만드는 작업 같다. 도려내면서 생긴 거리감은 텅 빈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공간은 강제로 여는 힘이 있기 때문에 유지가 되는데 그 힘은 <유령의 나이,2023>에서 커튼의 주름을 잡고있는 3개의 비둘기 도자의 힘과 비슷할 것 같다.
황선정(b. 1989)은 인간과 자연, 기술의 관계 속에서 이를 ‘연결’ 짓는 매체적 실험에 주목한다. 주로 오디오 비주얼, 제너러티브 코딩, 전자회로, 인공지능을 포함한 설치, 음악 등의 작업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나아가 비인간, 자연, 사물, 물질 등 세계를 이루는 여러 요소 간의 공명을 특유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땅과 몸 소리의 레시피: 시냅틱 오디세이>(2023)는 현대의 기술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혼종적 실천에 관한 방법을 제시한다.(...)다양한 기술적 재료들은 하나의 레시피를 직조하여 발효되고, 인간의 몸은 샤먼적 행위자이자 다감각적인 신체-인터페이스가 된다.
생체 물질에서 소리를 추출한 작업으로 봤다. 만약 문명이 멸망한 디스토피아 미래에 주술사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정령들과 이야기 하는 제단을 만들 것 같다. "곰팡이의 정령이 당신을 축복할 것입니다."
발효된다는 표현을 개인적으로 안좋아하는데, 우리 아버지가 오만것을 발효, 숙성해 먹으면 좋은 것이라고 우기기 때문이다. 혼종성, 발효라는 표현에서 약간 그런 느낌을 받긴 했지만, 미래의 주술을 상상해 보는것이 재밌었던 작업
백종관(b.1982)은 리서치와 아카이빙에 기반한 영상으로 비일상적 감각을 촉발하거나 새로운 시간성을 구현해왔다.(...) 신작 〈더 베리 메타버스〉(2023)는 여러 장의 스틸 이미지와 한 점의 무빙 이미지로 층층이 구성되어 이들에게 동일한 위계를 부여하면서도, 가장 안 쪽의 무빙 이미지는 프린트된 이미지들의 존재를 지시하고 참조하면서 또 파괴한다. 작가는 수 년에 걸쳐 모은 지하철 내부의 구인광고 속 과장되고 텅 빈 문장들을 사회문화적 현상의 징후로 포착해 이 데이터를 작업의 형태로 정리하고 변형한다. 이미지들은 평면의 연쇄를 통해 공간에 입체적으로 제시되고 관객들은 약자를 기망하는 광고 쪽지들의 지층을 연구하는 지질학자이자 왜곡으로 점철된 현재의 모바일 환경에서 쪽지라는 아날로그적인 도구를 재검토하는 역사가로 거듭난다.
'구인광고 속 과장되고 텅 빈 문장들'은 나도 관심있는 소재여서 재밌게 봤다. 나 같은 경우 이런 문장이 풍경 속 사람들의 욕망을 표상한다 생각하면서 바라본다. 광고문구을 만들어 낸 사람보다 광고문구와 같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생각하게 된다. 약자를 기망하는 만큼 약자가 욕망하는 단어이기도 한. 그렇기 때문에 약자들의 상태를 표현 할 수 있는 단어가 된다 생각한다. 백종관 작가는 약자를 기망하는 문구를 통해 사회 구조를 되돌아보는 시도를 한다 생각하고, 나는 기망하는 문구를 통해 약자를 특징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신미정(b.1983)은 역사적 사건과 같이 거대 서사에 의해 배제되고 소외되어 잊혀진 사람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는 구술 채록과 답사 등의 필드워크(fieldwork)를 통해 권력 관계와 지정학적 맥락에서의 정체성, 아카이브, 갈등, 이주, 풍경 등에 대한 질문을 기반으로 영상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시아 국가 경계를 넘나들며 형성된 대만계 한국 화교의 혼종적 정체성과 이동에 관한 고찰을 그린 신작 <타이완, 타향 그리고 타자>(2023)를 선보인다. 특히 이데올로기 대립의 갈림길에서 마주한 거시적 사건들을 조망하고, 이후 개인의 미시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질문한다. 이는 작가가 선택한 개인의 내밀한 과거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되며, 그러한 과정에서 마주한 존재들을 일기를 기록하듯 담담하게 스크린 화면 위에 정착시킨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이야기 같다. 과천관에서 했던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한 전시가 생각난다.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3
아왜 이쁘게 안만들어져
이데올로기는 현대의 종교같다. 정말 많은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여러 관계들을 만들과 부수고 재정립하고 분리하고. 무서운 세상.
조용히 진행되는 이야기가 재밌어 전시해설을 안따라가고 계속 봤다. 동아시아 근대사는 비극적이지만 흥미롭다.
이제 지하로 내려가자 b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