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계약서 쓰러 갔다.(신난다~) 3월달에 전시 할 예정. 계약서를 쓰면서 그날 갤러리에서 하고있던 전시를 보았다. 전시는 입체와 평면 사이: Speaking of dimensions 라는 제목이었고, 입체와 평면 둘을 오가며(혹은 그 사이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모아 전시 했다. 기획자님이 사이토 유나 작가님을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 친절이 너무 고마워서 나머지는 혼자 천천히 보겠다고 했다. 건조한 공간에서 열심히 말해주신 기획자님 감사합니다.
입구에는 사이토 유나 작가님의 세라믹 드로잉 작업들이 있었다. 주로 공예를 하셨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염료가 스며드는 표현들이 많았다. 아메리카노를 머그컵에 마시다보면 아메리카노가 흘러내려 흔적을 남기는 것 처럼 염료를 사용했다. 컵의 밑바닥을 따라 흔적을 남긴 아메리카노처럼 염료 위에 어떤 모양이 있었는지 상상이 가도록 스며들었다. <Drawing by ceramic 氷水> 안에 있는 모양은 달을 형상화 한 모양이라고 한다. 둥근 나무 좌대위에 그릇이 전시된 방식이 흥미로웠다. 시점도 서서 위에서 보는게 연못을 보는 느낌처럼 느껴져서 더 관조하듯이 그릇을 볼 수 있었다.
장세형작가의 작업은 입체와 평면 사이라는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업이었던것 같다. 정말 미묘한 위치라고 생각이 들었다. <Square #3>을 찍은 첫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사각형이 서로 얇은 층을 만들며 화면을 구성한다. 그 사이 틈들이 이 작업을 입체로 해야 할 지 아니면 평면이라 해야 할 지 애매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 틈이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245679> 작업은 제목이 특이했는데, 0부터 9까지 상하 대칭이 되는 숫자를 제외한 숫자라고 한다. 작품과 제목을 조형적인 형태로 읽히게 하기 위해서 이 선택을 했다고 하는데,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지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매체 자체를 탐구하는 이유가 뭘까? 재료의 특성을 없애기 위해 분채칠을 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왜 일까? 궁금한 작업.
작업 사이를 비추는 조명, 그래서 입체와 평면 사이? 우하하하
<안녕하신가요>
(...)도심 속 쉽게 버려지고 망가진 물건들을 보며, 문득 쉽게 대체되곤 하는 현시대의 노동자의 초상이 겹쳐 보일 때가 있다. 눈에 밟히는 그 초상들을 나의 공간으로 하나 둘 가져와 수집하기 시작하며 본 작업은 시작 되었다. 수집된 물건들은 재편집되어 내가 추모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소외된 노동자의 초상으로 표현된다.(...)
-리플렛에 적힌 작가노트 중에서
따뜻하다고 귀여운 작업들.. 일단 무엇을 기리는 토템을 만든다는 것 부터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기도를 하는 셈인데 그것부터 따뜻하다. 작업은 다양한 오브제를 모은 설치작업, 세라믹, 그리고 디지털 드로잉이 있었다. 정말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군!
위에 적힌것은 <안녕하신가요> 작업을 설명하는 작가의 글이다. 보면서 공감을 하면서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수집하는 과정이 정말 노동자들의 치유까지 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들었을 때 안 괴로웠는지 궁금했다. 적어 놓으니까 마치 "당신은 그런 고민없이 작업하는 건가요!!" 라고 진정성에 대해 일갈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니다 진짜 궁금. 약간 스님들에게 본인의 깨달음과 중생을 구제하는일 둘 사이에서 생겨나는 괴리감, 고민들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묻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먼저, 인형을 만들 때 상요하던 크로세로 반복적인 반구 형태의 편물들을 떠서 모아 감정의 덩어리를 표현하였고, 점차 반구의 다양한 색을 넣어 행복했던 순간의 감정을 담았다. 점점 욕심이 생겨 파일(pile) 직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표현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포근한 소재의 특징이 잘 살아나는 기법을 중심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포근함과 같은 이상적인 감정을 추구하게 된 본질적인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리플렛에 적힌 작가노트 중에서
작업이 포실포실하다. 작가노트에서 설명하는 작업 과정으로 미루어 볼때 첫번째 사진에 양쪽 부조 처럼 튀어나온 작업이 이 설명과 맞다아 보인다. 감정의 덩어리가 땅을 만들고 그위에 고양이와 뱁새가 앉을 수 있는 절벽처럼 튀어나왔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저 털들이 살아서 부풀어 오른것 같다. 이런점에선 이 직물들이 곰팡이 같아보이기도 했다. 살아움직이는 포실포실함 귀여우면서 수상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