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점: 저 작은 문이 입구다 몰라서 한참 찾다가 들어갔다. 신기한 경험~
언뜻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드로잉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순전한 즐거움으로 드러난다. 끝말잇기나 낙서 혹은 흥얼거림처럼. 공들여 단단하게 직조하지 않은 말랑한 상태로도 자연스럽다. 당위성이 없는 직관적인 선택의 바탕에는 즐거움이 잇다. 전시명 'Fun fLy Stick'은 정전기를 사용해 구겨진 비닐 뭉치를 부풀리고 공중에 떠오르게 하는 장난감이다. 부풀어 오른 형태가 막대의 움직임에 따라 부유하는 모습은 형상자체로 유희적이다. 이와 비슷하게 드로잉은 언제나 조금 웃기고 재미있는 동시에 논리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네명의 작가들에게 그것은 엉성하게 떠오르는 비닐 뭉치를 만들어내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일이 아닐까.
박은진 전시서문中
작고 아기자기한 작업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것들이 생각보다 긴장감 있는 위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한빈 작가는 작업중 유리창에 붙여놓은 드로잉이 인상깊었다. 아마 드로잉에서 출발한 것 같은 직선의 리듬감을 시트지를 커팅해 붙이면서도 유지한 것이 신기했다. 감각적으로 가져가는 가벼움이 부러웠다.
-조휘경 작가는 이전 부터 많은 회화작업을 봤었는데, 이번에 그 회화에 출발이 되는 에세이가 있어 즐겁게 봤다. 그림도 있고 각각의 글마다 바뀌는 어투는 그림에 쌓인 축적만큼 켜켜히 쌓여 보인다.
-박은진 작가의 작업은 비누가 연상되는 표면과 사탕이 비교되며 흥미롭게 관람했다. 둘다 단단하지만 녹아 없어지는 재질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두 재료의 경도 차이를 생각해보며 눈으로 촉감을 상상했다.
-윤영빈작가는 투명파일에 넣어둔 <샐러드(투명회화),2018-2024>라는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드로잉을 보관할때 파일에 드로잉을 꽂고 그 뒤에 이상한 쪽지나 명함같은 둬 넘길때 갑자기 마주하도록 하는 방식의 보관을 즐기는데, <샐러드(투명회화)>의 전시 방식을 통해 파일철에 보관해 보여주는 방식이 전시장에 설치되어서도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유희하는, 가벼운 드로잉, 단단하게 직조하지 않은 태도 이런 엉성함이 작가의 태도가 될 수 있는가? 나는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무책임한것이 아니다. 현실의 좁은 간격을 넓혀 안전거리를 만드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마냥 유희하는것만으로 안전거리를 넓히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라면 어떤 방식이어야지? 이건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