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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뭉치

무한 태극기와 경희궁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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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곡 미술관을 가면서 본 풍경, 14시 30분 즈음에도 이런 모습이 이더니 17시 30분이 지나도 잔뜩 모여 계셨다. 
 
작가와 이야기하기에서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존재감이 없다라고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아 주 존재감이 있었다. 베이스로 바바방. 그렇지만 별개의 세계처럼 지나다니게 되는 그런 게 있다. 이어펀 꽂으면, 얼굴을 안 보면 피해지는 것들. 그럼에도 지나갈 때마다 입당원서를 주시는데 부담스러웠다. 짝지어 있는 이분들을 지나치면 이리저리 권유를 하는 기운이 뒷목을 따라 스친다. 
 
과격한 소리를 피해 시선을 돌리면, 집회 중심에서 나와 쉬고 있는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을 관찰을 해보니 삼삼오오 모여 다른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기도 하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재밌게 관찰했던 건 집회 주변으로  운동회가 열릴 때 학교 앞에서 뽑기(달고나랑 명칭보다 이게 익숙하다.)와 솜사탕 파는 사람처럼 지역 농산물, 집회 굿즈, 성경책을 팔고 있었다.
 
그러다 무대장치 빌려주는 업체를 생각했다. 회사를 상상하기 보다 사장만 상상하게 되는 듯하다. 이 업체 사장은 돈 잘 받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돈이 돌고 도는 생태계가 있겠지? 꽤 짭짤할 것 같다. 예전 a ㉿ ㉿ ㉿ ㉿ 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사업이야기를 크게 하던 단골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마 무대장치 업체 사장은 그 사람 같을 것 같다. 단골 아저씨는 약간 홍반장 느낌으로 이거 저거 아는 척을 했다. 솔직히 싫었는데,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형을 때리려던 진상을 혼내준 이후로 좀 나쁘지 않게 됐다.  
 
무대를 생각하면서 단상위에 올라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단상에 올라간 사람들은 집회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낭만적인 것처럼 말했는데, 그들 한텐 뺨아리를 한 대 갈기고 싶다. 
 
태극기를 여러개 붙여놓는 건 /잡히지 않는 /자기 효능감이 없는/ 자기 목소리가 느껴지지 않는/ 감각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러 단어를 붙이고, 태극기를 반복해 크게 만들어도, 아무도 듣지 않는 외침. 여기 있는 사람들은 계속 말해도 아마 못 들을 것 같다. 
 
나도 그림을 많이 걸고자 했던 건 내 목소리를 못 들었기 떄문 아닐까? 근데 자기주장 강한 회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시끄럽긴 하지만 존재감 없는 저기 앉은 사람 같은 거 그리려고 했던 것 같다. 사실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렸다기보다 그리고 보니 저 집회랑 비슷해진 듯 
 
경희궁의 아침이란 말 좋다. 폰트도 이쁜듯 집회를 지나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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