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찍은 식초다. 화장실에 식초가 왜 있을까? 왜냐하면 아버지가 탈모 때문에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진짜 너무 화가 나는 것이 "민간요법"에 대한 확신이 너무 있다. 바나나를 머리 빈 곳에 바른다거나 , 식초를 바른다거나.. 아 식초는 피부 때문에 사용하나? 아무튼 피부에 바른다.
이건 일종의 주술적인 믿음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것말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주술적인 믿음은 아버지 요리에서도 보인다. 아버지는 조미료를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이건 미원, 다시다뿐만 아니라 소금, 후추에게도 해당된다. 소금과 후추를 최소한으로 친 돼지고기 야채 볶음. 언젠가 친구가 돼지고기 비린내를 모르겠다고 말해서 우리 집에 오면 된다고 했다. 주술의 중요한 요소인 금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도 뭐라고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쌈장이나 소금 같은 양념을 쳐서 볶음을 만들고 계신다. 참으로 감동적인 발전이다. 이걸 관찰하면서 느낀게. 재료를 뭐뭐 안 쓴다라는 것보다 어떤 행위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리 맛없게 요리를 하더라도? 요리를 할 때 내가 원하는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사랑하기. 과정, 행위에 주술적 믿음을 가지고 조리하는 우리 아버지.
식초! 식초는 (욕욕) 너무하다. 이런 믿음은 식초에도 가지고 계신데, 피부가 분명 아플텐데 계속 바르신다. 피부에 좋아진다고 아니면 잡티를 제거하느라. 집에 있을 때 식초냄새가 확 올라오곤 하는데, 코를 찌르는 식초 냄새도 식초냄새지만 이걸 쓰고 있는 아버지 모습이 상상돼 너무 짜증 났었다. 근데 아버지도 분명 아실 텐데. 왜 계속할까? 아마 분명한 부작용, 안 좋은, 고통이 있어야 좋은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시련뒤에 행복 온다는 것처럼 그런 믿음도 가지고 계신 게 아닌가 싶다.
행위하는 것 자체에 주술적인 믿음을 갖고, 고통을 극복하는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아버지.
마음에 들게 찍힌 식초같은 우리 아버지
아 제발~ 휴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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