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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24년

< 칼리코 Calico> 최은영_ 갤러리 소소 (24.10.11-10.31)

by 천정누수 202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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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날 다녀왔다.

 
전시명│칼리코 CALICO
전시기간 │2024.10.11-10.31
작가 │최은영
글 │ 남웅(미술비평)
전시장소 │갤러리 소소
 
정말 고민하다가 가게 된 전시 마지막 날에 가게 되었다. 파주는 좀 멀다. 차로는 40분인데 나는 면허가 없기에 2시간이 걸렸다. 생각해 보니 나의 게으름의 문제기도 하군. 근데 멀어도 구경하려고 하긴 했다. 왜냐면 아래 바로 보일 차단기 그림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파주 헤이리 마을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나들이 오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정말 재밌었던 그림. 아 전반적으로 얇고 긴 캔버스를 사용했는데, 그림의 풍경과 어울렸다. 얇은 틈에 있을 법한 도시 풍경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삐----딱

 
 

 
갈라지고

 
우둘투둘한 표면. 저 표면은 진짜 돌 같다. 화강암

 
어렸을때 저런 틈으로 들어가서 많이 놀았다. 작가도 그랬을까? 뭔가 얇은 캔버스는 전시장에서 화면 속 공간으로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얇은 구멍으로 물이 쪼르륵 나가는 것처럼. 저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긴 그림 옆에

 
총총총 놓인 작은 그림.

 
전시장 방문하는 날 최은영작가가 있어서 대화를 나눴다. 드로잉 액자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아크릴 만드는 업체에 가져가니 싸고 깔끔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 아닌가? 정말 쌌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또 까먹었다. 다시 물어봐야지.

 
 

개인전 제목<칼리코 Calico>는 흰색, 검정, 주황색의 삼색털을 가진 고양이를 뜻한다. 삼색 고양이는 암컷 고양이고 매우 드물게 수컷이 태어나도 무조건 불임이다. 칼리코는 모든 색을 다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명확한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시간을 머금은 한장의 그림은 연약함과 견고고함 그 위태로운 경계 위에 존재한다.

칼리코 Calico,최은영
하지만 조금이라도 삐딱할 수 있다면, 낡고 쇠한 폐허의 풍경이 으레 하나의 소재주의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소모되지 않았냐는 냉소와 혐의를 품을 것이다.(...) 이는 관찰하고 그리는 주체와 관찰당하고 그림의 소재로 수탈당하는 객체의 이분법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이야기를 닫아 버릴 때, 비판적 시선 또한 기만을 안일하게 재생산한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하면 다소 간의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는 이와 그려지는 대상은 위계가 분명해 보이지만, 여기서 관찰밖에 할 수 없는 주체의 위치 또한 상기할 수 있다. (...)

방치와 관찰, 경계가 맞대어진 그림, 남웅(미술비평)

 
아! 아까 말한 차단기 그림 때문에 갔다고 말했지만, 간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도시 풍경 속 낡고 쇠한 풍경을 그리기 때문이다. 최은영작가는 이 풍경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헀다. 최은영 작가는 작고 소중하고 침착하게 화면을 다뤘다. 그림은 천천히 그려진 것 같았고. 이렇게 천천히 그려진 덕분에 화면에 침전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색은 다소 탁했지만, 명확하게 화면 속 대상들을 드러냈다. 얇고 긴 화면은 '경계 위에 존재'하는 대상이라는 작가의 말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내심 모두가 경계에 있다는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언젠가 ◑ ◑ ◑ 가 종종 끼인 세대를 이야기하곤 했다. 이때 신기했던 것은 대부분의 나이대의 사람이 자기를 끼인 세대 , 세대와 세대 사이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현대 사회가 빠르고 다양한 변화가 있는 만큼 모든 세대가 어딘가 사이에 끼였다고 인식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각자 느낀 경계는 어떤 시공간인가가 궁금해진다. 모두가 경계라고 생각하면 모두 다른 경계를 갖고 있지 않을까?

최은영 작가의 경계는 어떤 곳일까. 제목대로 칼리코 , 고양이들이 많을 것 같다. 암컷, 수컷 칼리코 모두 있을 것 같다. 수컷 칼리코 비율이 꽤 높을 것 같다.비율은 암컷이 6 수컷이 4 그러니까 6:4 비율로 있을 것 같다. 수컷이 주류는 아니지만 꽤 있는 모습.

남웅 비평가님의 말도 인상 깊었다. 나도 들을 수 있는  말을 얻었고 고민하게 됐다. 지금은 풍경에서 포착한 '가렵다'라는 인상을 '그리는 재미에' 빠져서 그리고 있어요~라고 도망치고 있다. 다시 마주해야지. 그래서 너는 무엇을 보니? 그걸 왜 계속 보는 것 같니? 그리고 어떤 태도를 갖고 있니? 몰라요 무서워요 솔직히.

낙엽이 많이 지는 길을 따라 집으로 갔다. 생각보다 금방 왔고 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