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tlers | 2 August - 22 September 2024
갤러리조선은 2024년 8월 2일부터 9월 22일까지 박보나의 개인전 《휘슬러스 Whistlers》를 개최한다. 예술과 삶, 노동 사이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박보나는 《휘슬러스 Whistlers》를 통해 여성의 우정
www.gallerychosun.com
전시명: Whistlers
작가: 박보나
기획: 배은아
주최/주관: 갤러리 조선
고근호 작가의 전시를 보고 갤러리 조선 전시를 보러 왔다. 뮤지엄 헤드 전시장을 나오면서 포카리스웨트를 샀는데, 편의점 아주머니가 칭찬해 줬다. "건강하려면 포카리스웨트를 먹어야 한다~"로 시작해서 "내 아는 사람이 말인데 쓰러졌을 때 포카리 스웨트를~~"로 말을 이어가는데 내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만 없었으면 더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뮤지엄 헤드에서 갤러리 조선은 짧은 거리지만 이날은 너무 더워서 멀게 느껴졋다. 전시장에 도착해선 걸어오는 길이 꽤 더웠는지 에어컨이 시원함이 되게 고맙게 느껴졌던 걸로 기억한다. 박보나 작가님은 책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의 저자로 처음 알게 되고 대학원 수업 때 실제로 뵙게 된 작가님이다. 그래서 '작가'로 생각되기보다 '교수님'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 번의 수업을 즐겁게 들었지만, 만나면 뭔가 머쓱할 것 같아서 몰래 가려고 했는데 사무실에 앉아있는 작가님과 눈이 맞았고, 그 자리에서 인사를 하게 됐다.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망고 젤리를 잔뜩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지하 1층 전시공간에선 영상작업과 따뜻한 말을 새긴 옷이 빨래줄에 널린 작업이 있었고



2층 전시공간에선 액자에 담긴 판판한 그림이 걸려있고 탁자 위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은 작은 책자가 놓여있었다.



Whistlers | 2 August - 22 September 2024
갤러리조선은 2024년 8월 2일부터 9월 22일까지 박보나의 개인전 《휘슬러스 Whistlers》를 개최한다. 예술과 삶, 노동 사이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박보나는 《휘슬러스 Whistlers》를 통해 여성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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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여기
박보나의 개인전 <휘슬러스>에 소개되는 작업에는 계약자도 피계약자도, 피해자도 보호자도, 전문가도 비전문가도, 예술도 비예술도 없다. 다만 이 사이를 연결하는 환대와 신뢰, 연대와 우정, 그리고 친밀함과 다정함이 ‘임의적 동인’으로 잠시 머무른다. 그리고 그 공동의 자리를 빌어 박보나는 미술이 되어버린 타자의 삶을 타자의 삶 속에 살아있는 진실로 되돌려 보내는 우정 어린 선언을 시작한다. 옆 사람에게 휘파람을 건네는 윙 여성들의 입술에서, 소곤소곤 편지를 들어주는 배우의 귀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보이지 않는 작가의 손이 전해오는 온기로 나의 입술을 오물거리고, 귀를 쫑긋 세우고,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작가로서, 큐레이터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우리가 서로의 사유의 원천이 되어 각자의 세계를 조금씩 열어왔던 몇 해를 되돌아보며, 함께 나눈 시간이 협력의 과정이 되고 그와 함께 만들어진 우정이 전시의 형식을 만들 수 있다면, 아마도 이번 전시가 그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을까… 이것이 <휘슬러스>가 속삭이는 휘파람일 것이다.
(글, 배은아)
2층 전시장에서 편지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꽤 몽글 몽글 해졌다. 누군가와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참 순진하면서 날카로운 일인 것 같다. 편지를 읽고 몽골 몽골해진 상태로 내려왔을 때 박보나 작가님을 만났다. 이런저런 말들이 친절히 오갔지만 나의 머쓱함이 올라와 대화를 서둘러 끝냈던 것 같다.
전시 후기를 적으면서 편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해 봤다. 편지를 보낼 수 없는 사람들, 보낼 수 있지만 적을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 지금은 적고 싶지 않은 사람들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언젠가 하나 하나 적어봐야겠다. 보내지 못하더라도, 엄두가 안 나더라도 시작하다 보면 모두 에게 쓸 수 있을 듯싶다.
선생님은 그림이 어떤지에 대해 물었다. 서둘러 대화를 끝내느라 말씀 드리진 못했지만 여기다가 적어본다. 그림을 보면서 판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형태, 판판하게 스며든 물감이 그런 느낌을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판화 같은 느낌, 판판한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재밌었다. 연필선으로 형태를 만든 흔적과 가까이 가면 보이는 붓질의 흔적 이런 부단함이 재밌었다. 손의 형태가 많이 보이는데 어느 형태는 바위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형태를 가로지르는 선을 기준으로 다홍색과 검은색이 나눠서 칠해진 화면은 무언가 차있는 정도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홍색과 검은색이 만들어내는 수위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하면서 보았다. 궁금함 이런 궁금함은 답이 없어도 될 것 같다. 어쩌면 친밀함과 다정함은 이런 궁금증에서 오는 것 아닐까 싶다.
이번 전시는 '전시를 봤다'는 느낌보다 '겪었다'라고 기억하는 것 같다. 망고 맛 젤리를 잔뜩 받은 기억, 입구에서 머쓱하게 도망친 기억 같은게 전시와 이어져서 읽힌다.
내가 태어나고 100일 축하 편지를 써준 M 이모가 전시장을 방문했다. 그 분은 생각했던 것만큼 조용했고 예상치 못하게 단단했다. 그분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번 더 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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