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2>
작가: 고근호
기획: 권혁규
그래픽 디자인: A Studio A (이재환)
주최, 주관: 뮤지엄헤드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년 시각예술창작산실
무척 더웠던 여름 다녀왔던 전시. 전시 후기를 적는 지금은 10월인데 이달 둘째 주까지 반팔 입고 다닐 만큼 더웠다. 늦게까지 이어진 더위를 그리워하면서? 전시 후기를 적는 중이다. 개인전을 하는 동인천 전시장 근처 메가커피 와서 적는데 알바 분들이 전투적으로 일하고 전투적으로 메뉴가 나왔음을 알리고 있다. 이 쪽 사람들이 다 연령대가 높아서 잘 못 듣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이 큰 소리로 안내하는 중 :) 동인천은 활기차군!
뮤지엄헤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전시장 중 하나다. 이 공간이 좋은 이유는 전시장 앞에 연못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못에선 전시를 열때마다 무언가를 만들어 놓는데, 이번에는 삼각형과 사각형 도형들을 연꽃처럼 둥둥 띄워뒀다. 이 도형은 고근호 작가의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모양에서 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 귀엽고 좋았음. 내가 만약 이곳에서 전시한다면 뭘 하지??라는 생각을 해보며 들어갔다.
진짜 뭐하지??? 가운데에 철판 박고 그림 그릴까? 기울어진 호에서 사용한 철판 같은 거에 긁어서 그림 그리기? 가능하면 힘들겠지만 재밌겠군
고근호 작가는 대학원 수업을 같이 들었던 작가다. 그 때는 삼각형, 사각형 직선 되게 좋아한다 싶었는데, 구불구불한 모양과 선들이 나와서 재밌었다. 근데 지금 보니 저 검은 선들은 마냥 구불구불하지 않은 것 같기도? 그 뭐냐 구글지도에 자기 위치 공유해서 이동 동선 표시할 때 만들어지는 선 같다. 그것도 구불구불한데 각각 지니까 비슷한 듯.
아 그리고 화면을 보면 엄청 얇은 두께차이가 얇은 깊이감을 만들어내서 신난다하고 감상. 왜 이리 좋을까 그게?? 납작하고 매끄럽게 다듬어진 화면은 너무 싫다. 이유..... 나는 못하니까!
두 화면 붙여놓고 볼 수 있는 배치 즐겁다!
큰거-> 작은 거로 호로록 작아지는 화면 / 그 작은 화면과 연결 지어 읽을 수 있는 연필선 : 쾌감쾌감!
이거 봐라 귀엽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간간이 조각들이 보인다. 이 조각 자체로는 회화보다 매력이 덜했지만 평면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화면의 구성을 공간으로 연결 짓는 통로가 되어서 좋았다.
꾸덕 꾸덕->얇얇(거침)->얇얇(편편) : 쾌감쾌감!
칠교놀이~
《2》는 이상한 전시인데, 이렇게 느껴지는 건 전시가 가치를 생산하는 모종의 합의로부터 잠시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탈이 온전한 사건과 위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2》가 다름 아닌 뮤지엄헤드에서, 그러니까 꽤 괜찮은(?)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 또한 회화라는 보수적인 매체를 매개로 벌어졌다는 점은 누군가에게 문제가 될지 모른다. 그런 만큼 누군가에게 이것은 그저 교환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서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탈은 여전히 모종의 합의가 기반하는 무형의 서사가 얼마나 불연속적이며 불완전하며 취약한 것인지를 가리키는 힘이 될 수 있다.
《2》는 고근호의 개인전(들)에 대한 전시이자, 개인전을, 나아가 전시를 다루는 제도 안팎의 이해를 다시 한번 이해하기 위한 시도다. 《2》는 고근호의 개인전(들)을 반복하지만 나는 《2》가 반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소명을 마치고 판단을 끝마친 것처럼 보이는 어떤 것을 한 번 더 돌이켜보기 위해서는 결국 반복이 요구된다. 반복은 여러 의미를 가질 테지만, 나는 반복하기를 가까이 가는 방법으로, 깊이 읽는 방법으로 읽는다. 반복이야말로 반복되어야 한다.
-두 번: 반복되어야 하는 반복 中 , 황재민
이번 전시를 보고 어떤 화면에 대한 '쾌감쾌감' 만을 적어서 머쓱하지만, 아마 내가 포착한 쾌감은 마냥 아름다운 화면을 발견해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비껴감 빗나감. 난 참 그런 게 좋다. 그나저나 반복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와중에 이런 글을 읽게 되니 더 많은 생각이 든다. 이번 개인전에서 옛날에 그린 그림을 전시장 벽에 다시 그렸다. 나는 이과정을 통해 과거 시점과 현재 시점을 오고 가며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했다. 근데 확장되는 건가? 그냥 같은 곳 제자리 뛰기 아닌가? 확장 됐으면 좋겠다.
여기에 적는 전시 후기들도 시차가 있는데, 개인전에서 다시 그린 그림과 같은 기대를 은근히 하는 것 같다. 시차에서 만들어지는 차이, 차이를 느끼고 새로운 감상으로 이어가기. 그리고 그건 음.. (외부세계)-(나:내부세계)의 관계에서 (무언가 섞인 새로운 별개의 세계)가 되기.
그니까 이 과정이 동인천 역광장에서 혼잣말하는 노인처럼 자기 이야기만 하는 그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닌가? 이 노인처럼 돼야 하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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