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스터디를 하는 구나혜 작가가 진행한 프로그램. 재밌었지만 걷는 게 꽤 고단했다. <캡션 되기>는 광명역인근의 공공예술 작품을 구나혜작가의 안내를 따라가며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지금은 쉬고 있는.. 인천 조각모음이라는 인스타 계정으로 공공예술작품을 수집해 보았기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이날 약간 일찍도착해서 근처 메가 커피에서 인천미술은행에 뭐 제출했던 거 같다. 보조배터리 없어서 노트북에 연결해 충전하고 있으니까 구나혜작가가 보조배터리를 빌려줬다. 감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광명역 이케아 건물 앞 말 조각상에서 시작했다. 구나혜 작가는 이 말 조각상 앞에 캡션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캡션 되기"라는 이름을 생각해 냈다고 했다. 구나혜 작가는 공공예술작품으로 설치된 작업의 캡션을 말하지 않는 대신 작품을 한 사람의 이전 작업, 법이 어떻게 시행되는지, 공공예술작품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말해주며 새로운 캡션을 만들었다. 설명을 절지 않고 또박또박 잘 말해서 신기했다. 이다음으로 근처에 백화점으로 갔다.
덧) 아 저 말조각상을 만든 작가의 작업은 원래 저런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신기하고 재밌는 지점
이 공공조각은 백화점 옥상정원에 있었다. 뭔가 예술 투어가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서 이어진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네다섯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서 관람했다. 수평으로 이동할 것 같던 도시투어가 수직으로 (지그재그로 올라가서 대각선이지만) 올라가는 경험이 아주 좋았다. 백화점 냄새는 좀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 귀여운 캐릭터의 형상을 한 공공예술, 조각은 스뎅으로 만들어서 좋았다. 왜냐면 멋지기 때문이다.
스뎅의 매력은 거울 처럼 주변에 있는 것들을 비추는데, 약간 왜곡되게 비추는 점이다. 왜곡돼서 비친 표면은 매번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여기에 햇빛에 비쳐서 반짝이는 부분 좋다. 스뎅을 재료로 한 조각은 채색된 조각처럼 주변과 너무 유리되어 있거나, 돌이나 청동을 재료로 한 조각처럼 너무 음침하지 않아서 좋다.
사실 이 조각의 매력은 기둥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스댕은 멋지다. 한때 금속 재질에 대한 호감이 엄청 높았던 때가 있다. 근데 요즘은 또 약간 시들해졌다.
지금 보니까 고추가 잘렸다. 에구머니나..
철의 녹슨 아름다움, 여기에 낙서 하나 없는 게 감동적이다.
이전에 조각모음이란 계정으로 공공예술작품을 모을 때에도 느꼈지만, 정말 흡연장에 많이 설치된다. 그리고 저 조각도 정말 많이 보이는 공공~작품. 밝고 활기차서 많이 쓰는 것 같다. 근데 좀 뭐랄까 미쳐 보이는 것 같은데? 약간 발작하는 웃음이다. 이런 밝음은 뭐랄까 할인마트 현수막에서 볼 법한 눈 아픈 밝음이다.
왜? 올라가고 싶은데?
덮여있는 캡션의 모습. 이 조각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귀엽고. 귀엽고. 뭔가 멋지다. 이게 뭐랄까 아파트에 설치되기 위해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덜 음흉하다 그래야 하나? 자기 작업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잘 타협한 모습 같다.
이케아->백화점(스뎅, 옥상)->오피스텔->아파트를 지나
이다음에 본 곳은 광명 유 플레닛(U Planet)이었다. 기억하기에 위의 조각 뒤쪽, 샛길 특히 성벽에 있는 샛길 같은 길을 지나 도착했다. 이곳은 태영건설과 팀 팩토리(Team Factory)가 협업해 공공예술을 기획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모두 재밌게 만들어진 공공예술이 있었고 정말 신기했다.
이 거 바람에 따라 돌아간다. 형태부터 움직임까지 너무 좋다. 그리고 광장에 벤치와 이렇게 있는데 그 구성도 좋았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것 하니 이길여 회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바닥에 있는 것이 공공예술 작품, 홍승혜작가의 날씨 걷기. 방향도 알려준다!
이동훈 < 오늘 지금 달>, 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레인체인, 비를 모아서 바닥으로 흐르게 만드는 요소
레인체인, 비를 모아서 바닥으로 흐르게 만드는 요소
김치 앤 칩스 <옵티컬레일>, 움직인다고 하는데 움직이는 걸 본 적 없다고 했다.
바래 BARE <당신의 날씨>, 스타크래프트 2 분열기 같다.
유플래닛 안에 있는 공공예술작품은 이렇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진짜 이런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떤 협업의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힘들었겠지? 진짜 약간의 수고로움만 있으면 많은 곳에서 가능할 것 같은데 실무자 입장에선 어떨까? 궁금하다.
이 날은 실제로 투어를 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는 투어 마지막에 카페를 들려서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날은 나와 나혜씨만 남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때 저녁을 안 먹었나? 그랬어서 너무 배고팠다. 카페에서 파는 역시 단 케이크를 먹으면서 좀 버텼던 것 같다.
이번 투어가 재밌었던 건 가까운 곳에 백화점->오피스텔->아파트->유-플레닛->신안산선 건너기->오피스텔 이런 식으로 다른 건축물, 그런 건축물에 따라 달라지는 공공예술 작품을 볼 수 있어서였다. 조각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런 동선 또한 재밌었다.
이런 투어를 다른 곳에서 다시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공공예술작품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에 노원구에서 동네 공공예술작품을 찾아가고 그 작품을 닦는 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좋지만, 더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뭔가 창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개입? 그냥 덩그러니 있는 조각에서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러다가 그걸 진행할 생각을 하니 피어오르던 생각이 쏙 들어간다.
정말 재밌는 투어였다. 이 즈음 나혜씨는 미술주간이 진행 중이어서 서울로 갔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빨간 버스가 생각보다 쾌적하게 집으로 몸을 옮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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