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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24년

<캡션 되기 Closed captioning> 구나혜 _ 광명역 인근 (2024)

by 천정누수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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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참여했다. 김나빈 작가가 만들었는데 정말 잘만들었다.

 
같은 스터디를 하는 구나혜 작가가 진행한 프로그램. 재밌었지만 걷는 게 꽤 고단했다. <캡션 되기>는 광명역인근의 공공예술 작품을 구나혜작가의 안내를 따라가며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지금은 쉬고 있는.. 인천 조각모음이라는 인스타 계정으로 공공예술작품을 수집해 보았기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이날 약간 일찍도착해서 근처 메가 커피에서 인천미술은행에 뭐 제출했던 거 같다. 보조배터리 없어서 노트북에 연결해 충전하고 있으니까 구나혜작가가 보조배터리를 빌려줬다. 감사합니다.

검색해서 퍼온 사진; 왜 안찍었지? 어이없네

 
이 프로그램은 광명역 이케아 건물 앞 말 조각상에서 시작했다. 구나혜 작가는 이 말 조각상 앞에 캡션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캡션 되기"라는 이름을 생각해 냈다고 했다. 구나혜 작가는 공공예술작품으로 설치된 작업의 캡션을 말하지 않는 대신 작품을 한 사람의 이전 작업, 법이 어떻게 시행되는지, 공공예술작품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말해주며 새로운 캡션을 만들었다. 설명을 절지 않고 또박또박 잘 말해서 신기했다. 이다음으로 근처에 백화점으로 갔다.
 
덧) 아 저 말조각상을 만든 작가의 작업은 원래 저런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신기하고 재밌는 지점 

스뎅은 멋지다.

 이 공공조각은 백화점 옥상정원에 있었다. 뭔가 예술 투어가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서 이어진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네다섯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서 관람했다. 수평으로 이동할 것 같던 도시투어가 수직으로 (지그재그로 올라가서 대각선이지만) 올라가는 경험이 아주 좋았다. 백화점 냄새는 좀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 귀여운 캐릭터의 형상을 한 공공예술, 조각은 스뎅으로 만들어서 좋았다. 왜냐면 멋지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공예술 스뎅작업 멋지지 않니?

 
스뎅의 매력은 거울 처럼 주변에 있는 것들을 비추는데, 약간 왜곡되게 비추는 점이다. 왜곡돼서 비친 표면은 매번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여기에 햇빛에 비쳐서 반짝이는 부분 좋다. 스뎅을 재료로 한 조각은 채색된 조각처럼 주변과 너무 유리되어 있거나, 돌이나 청동을 재료로 한 조각처럼 너무 음침하지 않아서 좋다. 
 
사실 이 조각의 매력은 기둥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스댕은 멋지다. 한때 금속 재질에 대한 호감이 엄청 높았던 때가 있다. 근데 요즘은 또 약간 시들해졌다.

 
지금 보니까 고추가 잘렸다. 에구머니나..

 
철의 녹슨 아름다움, 여기에 낙서 하나 없는 게 감동적이다. 

 
이전에 조각모음이란 계정으로 공공예술작품을 모을 때에도 느꼈지만, 정말 흡연장에 많이 설치된다. 그리고 저 조각도 정말 많이 보이는 공공~작품. 밝고 활기차서 많이 쓰는 것 같다. 근데 좀 뭐랄까 미쳐 보이는 것 같은데? 약간 발작하는 웃음이다. 이런 밝음은 뭐랄까 할인마트 현수막에서 볼 법한 눈 아픈 밝음이다.

 
왜?  올라가고 싶은데?

 
덮여있는 캡션의 모습. 이 조각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귀엽고. 귀엽고. 뭔가 멋지다. 이게 뭐랄까 아파트에 설치되기 위해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덜 음흉하다 그래야 하나? 자기 작업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잘 타협한 모습 같다. 
 
이케아->백화점(스뎅, 옥상)->오피스텔->아파트를 지나
 
이다음에 본 곳은 광명 유 플레닛(U Planet)이었다. 기억하기에 위의 조각 뒤쪽, 샛길 특히 성벽에 있는 샛길 같은 길을 지나 도착했다. 이곳은 태영건설과 팀 팩토리(Team Factory)가 협업해 공공예술을 기획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모두 재밌게 만들어진 공공예술이 있었고 정말 신기했다.

 

 
이 거 바람에 따라 돌아간다. 형태부터 움직임까지 너무 좋다. 그리고 광장에 벤치와 이렇게 있는데 그 구성도 좋았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것 하니 이길여 회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바닥에 있는 것이 공공예술 작품, 홍승혜작가의 날씨 걷기. 방향도 알려준다! 

 
이동훈 < 오늘 지금 달>, 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레인체인, 비를 모아서 바닥으로 흐르게 만드는 요소
레인체인, 비를 모아서 바닥으로 흐르게 만드는 요소

 
김치 앤 칩스 <옵티컬레일>, 움직인다고 하는데 움직이는 걸 본 적 없다고 했다.

 
바래 BARE <당신의 날씨>, 스타크래프트 2 분열기 같다.

 
유플래닛 안에 있는 공공예술작품은 이렇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진짜 이런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떤 협업의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힘들었겠지? 진짜 약간의 수고로움만 있으면 많은 곳에서 가능할 것 같은데 실무자 입장에선 어떨까? 궁금하다.

 
이 날은 실제로 투어를 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는 투어 마지막에 카페를 들려서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날은 나와 나혜씨만 남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때 저녁을 안 먹었나? 그랬어서 너무 배고팠다.  카페에서 파는 역시 단 케이크를 먹으면서 좀 버텼던 것 같다.
 
이번 투어가 재밌었던 건 가까운 곳에 백화점->오피스텔->아파트->유-플레닛->신안산선 건너기->오피스텔 이런 식으로 다른 건축물, 그런 건축물에 따라 달라지는 공공예술 작품을 볼 수 있어서였다.  조각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런 동선 또한 재밌었다.
 
이런 투어를 다른 곳에서 다시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공공예술작품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에 노원구에서 동네 공공예술작품을 찾아가고 그 작품을 닦는 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좋지만, 더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뭔가 창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개입? 그냥 덩그러니 있는 조각에서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러다가 그걸 진행할 생각을 하니 피어오르던 생각이 쏙 들어간다.
 
정말 재밌는 투어였다. 이 즈음 나혜씨는 미술주간이 진행 중이어서 서울로 갔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빨간 버스가 생각보다 쾌적하게 집으로 몸을 옮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