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드로잉 주변 흰색 왜 이딴 식으로 했지. 거슬리네.
어제 서울에서 전시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신도림 화장실을 들렸다. 신도림 남자화장실은 직사각형 구조다. 화장실 입구는 직사각형 한쪽 각에 있어 들어가면 다른 각을 보게 된다. 남자화장실 소변기는 마주 보는 각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쭉 늘어서 있다. 그리고 소변기가 차지한 변을 마주 보며 대변기와 세면대가 있다.
이 날 16시쯤 신도림에 도착했었다. 이날이 주말이기도 했고 특히 사람이 없어서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소변기 앞,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때문에 소변기나 가서 볼일을 보면 됐지만 아뿔싸! 누군가가 소변기에 토를 해서 소변기에서 나온 물이 안 내려가고 물과 토가 뒤섞여 토의 잔해물이 물안에 둥둥 떠다니는 것 아니겠는가? 아찔한 장면이었다.
그런 시각적인 충격을 뒤로하고 나는 뒤따라올 냄새를 대비했다. (냄새가 먼저 포착되기도 하는데, 여기 화장실이 여러 분비물의 역한 냄새가 심해 토 냄새가 중화된 듯하다) 시큼하고 아주 역겨운 음식 발효냄새 그런 냄새의 충격을 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집에서 고량주를 많이 먹고 토를 한 듯 하다. 고량주의 냄새가 은은하게 나면서 약간의 속에서 발효된 음식 냄새가 났다. 유쾌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보통의 신도림 화장실 역한 냄새정도는 됐다. 나는 생각보다 약한 충격에 오! 러키비키잖아? 생각하면서 세면대로 갔다.
세면대에도 토 쪼가리가 있었다. 옅은 주황색 거기에 분홍색이 약간 섞인 색, 거기에 물컹하고 흘러내리는 묽지만 찐득한 질감. 눈으로 질감을 느낀건 좀 짜증났지만, 손 잘 씻고 나왔다.
아 잘했다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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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은 토를 그린 것이다. 작업실 오고가는 길 토가 한 2주일째 안 치워져서 말라비틀어진 기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이 토사물도 분명 역했을 텐데 풍화돼서 무덤덤해진 게 어이없었다.
이런 어이없는 무덤덤함은 예전 생활맥주 알바하면서 만난 손님을 떠올리게 한다. 맥주집은 복층이었고 손님은 2층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피를 토했다. 치킨 뼈 버리는 곳에 피를 토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손님과 같이 온 일행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무덤덤해했다. 피토한 손님의 일행은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그를 업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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