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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26년

<이것은 정녕 나의 몸이니> 오태정_공간:일리(26.03.12~03.29)

3월 27일날 방문했다.

《오태정 개인전: 이것은 정녕 나의 몸이니》
2026.3.12(목)-3.29일(일)
12:00-19:00, 매주 월,화 휴관

오프닝 리셉션
3.12(목) 18:00-20:00

오태정은 이번 전시 《이것은 정녕 나의 몸이니》를 통해 우리가 온전히 소유해 본 적 없는 ‘몸’의 실체를 탐구합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사주와 태몽으로 기입된 외부의 설정값들과 유약한 물리적 실체가 충돌하는 현장으로서의 신체를 작가는 판타지라는 형식을 빌려 응시합니다. 고착된 운명을 상징하는 도자와 가변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패브릭이 혼종된 ‘코르푸스(Corpus)’ 들은 정상성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던 우리 신체의 진실한 이면을 시각화하며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세검정에 마련된 이 주인 없는 몸에서 작가는 고장 난 몸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신체 지도를 그려나가는 제의적 바느질을 이어갑니다. 성스러운 찬송처럼 변주된 기계음이 흐르는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사이보그와 인간의 경계에 놓인 현대인의 존재를 감각하게 됩니다. 건강함이라는 착각을 걷어내고 유약하지만 존엄한 우리 몸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며, 당신이 써 내려갈 신화의 시작을 목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
오태정 @imotj_bth

기획 및 글
김해찬 @kimhaechan_xx

사운드
서민우 @concrete_exh

사진 및 영상
김해찬, 오태훈 @tranquil_o

포스터 디자인
오태정

핸드아웃 디자인
강예은 @soonsooyesool

제작보조
강시온, 구나혜, 김나빈, 윤여진, 에어자이언트

협력
공간:일리

감사한 분들
고경혜, 김동우, 박주하, 백필균, 최준영, 홍재우, 황수경


전시 크레딧 감사한 분에 내 이름이 들어갔다. 이름이 올라가는 건 기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공간:일리는 오래된 가옥을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가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대문을 지나 마당이 있고 가옥 안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만들어졌다. (우물도 있었다.) 전시는 이런 가옥의 동선을 따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를 가리고 있는 장막같은 작업을 열고 품으로 들가는 몸을 지나쳐 천이 넘실거리는 방으로 안으로 안으로. 지지직 거리는 기이한 소리, 유물처럼 숨겨진 도자와 함께 전시 보았다.

 

전시장엔 오랜만에 만난 고니 작가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고니 작가와 태정작가와 수다를 떨고 태정작가와 좀 더 이야기하다 전시장을 나왔다.

<모든 것은 당신에게> 2026 천, 비즈, 레이스, 실, 깃털, 와이어, 가변설치

관람객을 맞이하는 제3의 눈. 용기를 내야 들어 갈 수 있어 보인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오며 가며 들어왔다. 신기했다. 안 무서운가 봐!~ 용감하군!

뒷모습은 이렇다. 인스타 펌

 

 

작업들에 말들이 많았다. 작가의 속을 훔쳐보는 것 같은 문장이 한땀 한 땀 수놓아져 있다. 

입구를 지나면 볼 수 있는 거대한 형상 안으로 들어가면 기이한 사운드를 더 잘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기로 부풀린 거대한 몸은 폭신했다. 부풀며 주름진 틈에 있는 글귀를 손으로 헤쳐가며 읽어보았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에 두고 선택할 수 없는 몸을 쓰다듬으며> 2026, 천, 비즈, 레이스, 실,공기주입장치, 조명, 가변설치

전체샷은 안찍어서 인스타에서 퍼왔다.

<이것은 정녕 -의 몸이니> 2024 나무, 에폭시, 와이어, 자석, 사람모형, 85x85x25cm

우물을 덮고 있는 지도. 전시를 요약하는 미니맵 같다.

<숨을 타고 고요히 깨닫는> 2026 천, 비즈 ,리본, 실, 머리카락, 가변설치

짐승과 사람손의 만남. 천지창조. 저 뒤에 있는 비즈 줄을 만드는데 약간의 도움을 보탰다.(자랑) 

 

그리고 천들이 넘실거리는 방에 들어왔다. 씨발 존나 아름다웠다. 안으로 안으로 향해 오다 보니 내장으로 들어온 느낌도 든다. 푸른 인간을 푸른색 점막.. 최근에 대장 내시경을 해서 용종을 뗐다. 붉은색 피부에 파란 약을 뿌려서 용종임을 확인하고 하얗게 변한 조직을 제거했다.

<UNWANTED GLORY> 2024 천,비즈, 리본, 와이어, 실, 가변설치

오 제발. 피가 보석으로 변한거 같다. 죽 찢어지는 근육, 피, 점막이 방울방울, 찰랑찰랑, 톡톡 보석으로. 푸른색 내장에 피어난 붉은색 결정!

 

작업의 재료 비즈를 구하는 이야기도 재밌었다. 압도적인 반짝거림을 위해 스와로브스키를 쓰려고 하는데, 너무 비싸서 여기저기 발품 파는 이야기. 그래서 일본 중고시장에 나온 제품을 싸게 구매해 온 이야기. 비싼 재료비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한 이야기. 조각난 천들도 원래 천을 모아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ㅇㅌㅈ의 전신 털 옷> 2022 천, 에폭시, 아크릴, 조화, 가변설치

개돌이 하이!~ 예전부터 종종 봐오던 전신 털 옷. 내장같은 푸른 방을 지나 나온 작가의 분신, 둔갑, 껍데기. 

악마종양 피규어

최근 도로헤도로 보고 있다. 개돌이 보고 거기 나오는 악마 종양이 생각났다. 종양은 뇌 안에 있다. 이게 없으면 되살리는 마법으로도 마법사를 못 살려낸다. 도로헤도로에 나오는 마법사의 생명의 원천은 이 악마종양이라 할 수 있다. 키쿠라게는 이 악마 종양을 되살리는 마법으로 죽은 마법사를 살려낸다. 내장을 후비고 들어가 개돌이를 마주한 과정이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 악마 종양을 마주하는 여정 같다. 그러니까 '전신 털 옷'은 오태정 작가의 악마종양이다. 그러므로 털 옷이 진짜다.

나갈때 본 파란 비닐봉지
검색하니까 또잉?

 

"이것은 내 몸이니라"  전시와 어울리는 문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천들이 작가의 살이 얇게 썰려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이 살들은 재봉되고 수놓아져 부풀어 커지고, 펼쳐져 뒤덮는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보고 눈으로 푸른 색을 먹고 깨닫게 된다.

 

얇게 썰린 푸른 살, 푸른 천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과정도 궁금해졌다. 크레딧에 적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노동이 마치 예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릿속에 아삼아삼 떠올라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우리 주변을 유령처럼 맴도는 미신과 내가 겪고 감내해야 하는 몸을 연결하는 것처럼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작업을 작가의 인간관계를 통해 도움을 받고 어쩔 땐 문제가 생기고.. 아 뭔가 미신과 실제 몸이 겹치는 것처럼 미신의 영역 같은 예술의 영토와 여러 품이 드는, 품앗이를 해야만 하는 노동을 겹치는 게 가능할 것 같은데 잘 정리가 안된다.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이거 저거 부침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지금은 다리를 수술하고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고생을 한 만큼 좋은 전시가 나온 것 같다. 작가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남긴다. 건강하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