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작가를 알고 있어 전시에 방문했던 전시 늑장 부리다 마지막날까지 미뤄버렸다. 때문에 비효율적인 동선이라도 서둘러서 갔다. 전시가 이뤄지는 디휘테 갤러리는 인쇄업체들 사이 안쪽에 숨어 있었다. 전시장은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에 있었고 완전한 화이트 큐브는 아니었지만 깔끔한 벽들이 있어 회화를 설치하기 나쁘지 않아 보였다. 설치작업을 설치하기엔 다소 이야기가 많은 공간이라는 감상도 받았다.(흰 벽+노출콘크리트 바닥+일반벽의 조합의 공간, 서로 다른 이야기가 많아서)
김선행작가는 게임에서 나올 것 같은 초록색이었다. 매우 인공적인 초록색이었다. 녹색은 많은 게임에서 독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색인데, 작업에선 좀 더 셀로판지나 플라스틱 같은 느낌으로 그려져 인상적이었다. 약간 메트릭스에서 010101글자가 적힌 색과 연결되어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다. (앱상트 색 같기도 하다.) 이전 콰닉서울전시의 초록색과는 또 다른 느낌.
이주연작가는 검은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도드라진 작가였다. 이 색감도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듯. 검은색과 붉은색 사이로 형광색과 초록색이 들어가는데 두 색이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작은 작업. 인터넷 오류로 생긴 것 같은 이미지도 재밌게 봤다. 중간색이 형광색이 들어간 게 뭔가 이 디지털 이미지의 연장선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작업의 영향이 어떤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혜연작가는 차분한 색과 붓질로 전시되어 있었다. 위 두작가와 달리 회색톤의 화면이었고 화면 안의 이야기는 조용했다. 물론 조용한 화면임에도 차분한 밀도가 쌓여 다른 작업의 힘에 밀리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건물에 그림자가 진 것 같은 화면을 그린 두 작업이었다. 건물에는 낮 그림자가 넝쿨처럼 보인다. 이 구성은 조용하지만 밀도 있게 다가왔다. 바람 많이 불 것 같은 화면.
박소현작가는 내가 기억하기로 잡지 같은 곳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가져와 화면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잡지나 광고 같은 곳에서 나온 굳은 이미지를 작가의 필치인 '부드럽고 리듬감 있는 붓질'로 소화해 화면으로 옮겨 내 유쾌하고 말랑한 화면으로 만든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상품화되어 소비되는 여성의 몸을 뭉개고 흐리고 리듬감 있게 소화시켜 '토로할 수 없는 폭력성'을 덜어내려고 아니면 극복하려고 한 것일까? 궁금.
송하영작가의 경우 형광색으로 칠해진 변형캔버스 테두리가 벽에 비치는 점이 흥미로웠다. 요즘 간판 주변에 두르는 LED조명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사유: 정작 간판내용 안보임, 웃기다) 주변으로 확장하는 형광색에 이어서 생각이 났다. 형광색으로 칠해진 테두리는 그림을 캔버스 틀 안에 가두지 않고 걸려있는 벽으로 확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조명이 좀 더 정면으로 쏴졌으면 사각 테두리 모두 형광색이 비쳤을 것 같은 느낌.
끝나고 적다 보니까 무슨 조합이고 어떻게 섭외되었을까 궁금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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