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휴무인 줄 모르고 몇 번 헛걸음을 하다 보게 된 전시. 스터디를 같이하고 있는 태정 씨의 전시였고 어르헝 씨와 함께 2인 전을 하고 있었다. 공간의 벽은 원래 하얀색이었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검게 칠했다. 검게 칠한 벽면은 박물관을 연상하게 했고 두 작가의 작업과 어울렸다.
전시장 근처 백다방에서 사라다빵을 사고 잠깐 기다리니 어르헝 씨가 전시장을 열었고 담소를 나누며 전시장을 구경했다. (내 기억에 태정 씨는 다리를 다쳐서 지킴이를 못했나 그랬던 거 같다. 다리 다치고도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던데 나는 이 분의 에너지에 질색할 정도로 감탄한다. 매번 질색하게 되어 미안하지만 무튼, 정말 대단한 분)
오태정 작가: 언젠가 스터디에서 태정씨는 대학원 수업에서 '현대미술로서 작업을 접근할 방법을 다시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맥락으로 비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견 이해 되는 부분이 있지만 내가 듣는다면 힘이 빠질 비평이었을 것 같다. 과거의 작업을 미루어 봤을 때 어떤 부분에서 이런 비평을 했을까 추적해 보면 태정씨의 작업은 소품처럼 제작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공간에 작업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좌대 위에 진열된 것처럼 설치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마 수업에선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그렇다고 작가가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지 않다 할 수 없는 게 완전히 금수강산에선 좌대를 낮춰서 이런 지점을 빗겨나가는 감상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공간 전체에 천을 매달아 전시를 하기도 했는데 이전과 확실히 다른 공간 구성을 보였다. 발전하는 건 언제나 부럽다.
어르헝 작가: 작가가 지킴이를 하고 있어서 짧은 대화를 나누며 전시를 관람했다. 작가가 호미화방에서 여러 재료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재료를 탐구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재료탐구하면 미술 재료 이외에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르헝 작가랑 이야기하면서 이 막연한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르헝 작가는 양모 펠트와 나무 그리고 철사 그리고 색이 있는 글루건 심을 이용해 작업을 만든다. 그리고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조형물을 많이 만드는데, 양모 펠트 빼고 화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 낸 것이 신기했다. 글루건 이 차밍 포인트~. 재밌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양모펠트 상처 아래로 밀도가 높아지는 그런 미감도 좋다.
이번 전시에선 천장에 걸리고 붙이고 하는 어르헝 작가와 공간을 나눠 쓰면서 서로 상부상조한 느낌. 오태정 작가의 부스 같을 수 있는 부분을 어르헝 작가가 잘 중화시켜 준 전시였다 생각한다. 그리고 벽을 검게 칠해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유물 같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고 그랬다면 괜찮은 공간 구성이었다 생각한다.
전시 리플릿을 잃어버려서 전시와 관련된 글을 옮겨 적지 못하는 게 아쉽다. 다음엔 잘 챙겨야지. 그 글까지 있어야 전시가 완성이긴 한데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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