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는 내가 쳐다보는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게 되게 신기했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했더니 "당연하죠! 쳐다보면!" 이란 대답을 들었다. 그러게 왜 신기할까? 나는 내 시선이 남에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인천은 유달리 주취자가 많은데 대부분의 나이대는 할아버지 정도 되는 사람들이다. 그림은 작업실을 가기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본 사람을 그렸다. 내가 잠시 쳐다보자 "학생!!!" 그러면서 아는 척을 했다. 나는 벌집을 건드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보는 것에 촉감을 느낄 수 있겠군.' 이란 생각을 했다. 이 할아버지는 내 시선이 자신을 만졌다고 느끼고 시선에 대한 반응으로 날 불렀고 나는 필사적으로 외면했다. 사실 필사적일 필요는 없었다. 몇 번 아는 척 안 하니 금방 다른 곳으로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찰랑거리게 남은 막걸리병을 들고 계속 자기는 여기 있다는 식의 곧 없어질 것 같은 행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