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𝒩𝑒𝓂𝑜 ≫
구나혜 초대개인전
📌 장소: 잇다스페이스 인천 중구 경동 58 잇다 스페이스
📌일시: 𝟤𝟢𝟤𝟦.𝟣𝟣.𝟢𝟣.-𝟣𝟣.𝟣𝟧 | 𝟣𝟣:𝟢𝟢-𝟣𝟪:𝟢𝟢 (월: 휴관)
사진: 홍성우
Artist_찯다
잇다스페이스 전시_9월-11월 청년작가 릴레이 단체전
구나혜 작가 개인전을 방문하러 가는 11월 10일은 여러 레지던시에서 오픈스튜디오가 열리는 기간이었다. (11월 8일~11월10일 이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오픈스튜디오가 열렸다.) 그래서 구나혜 작가의 전시를 보고 임시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을 들리는 동선을 짰다.
개인전이 진행되는 잇다스페이스는 옛 소금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다. 거기다 공간 주인 분이 이거 저거 많이 설치해 둬서 복잡하다. 특히 가운데 움푹 파인 공간은 정말 아찔하다. 그곳에서 개인전을 하게 된다고 했을 때 고생이 많겠군이라는 생각을 하고 전시장에 방문했다. 근데 꽤나 문제해결을 했다.
전시장에 들어가고 보고 있는데 밖에 있던 구나혜작가가 들어와 나를 놀라게 했다. 반겨줘서 고마웠다. 30-40분 정도 앉아서 이야기하다 다른 전시를 보러 갔다. 때문에 많은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불빛으로 가득 채우기. 작가 말대로 더 어두웠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작은 게 존재감이 아주 야무졌다.
사물의 내부도 사물이다라는 문장으로 적고 레진을 가득 붓는 과정과 굳어버린 결과에서 느껴오던 것을 이해했다. 조색제와 안료의 배합으로 본래의 사물과 비슷해진다 하더라도 사물의 내부는 레진으로 꽉차버렸다. 단단함과 무거운 무게는 상상을 멈추게하는 브레이크와 같았다. 레진의 단단한 내부와 달리 연약하고 고정된 표면은 작은 커터칼 자국까지도 그대로 토해내야 했다. 매끈해 뵈는 진짜 토마토를 실리콘에 가두어 몰드를 만들고 레진으로 복제해보고 나서야 과일의 얇은 표면이 사실은 투명할 만큼 매끈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레진을 통해 그 질감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고 작은 요철도 흡수하고 내뱉었다. 레진이라는 재료는 그렇게 사물을 통으로 채워내면서 그리고 보여주면서 그것이 하나의 덩어리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물에 대한 나의 감상은 몰드를 채워가며 발전했다.
- <𝒩𝑒𝓂𝑜>작업노트, 구나혜
구나혜 작가와는 스터디 모임을 같이 한다. 이 모임에서 각자의 포트폴리오 발표를 할 때가 있었는데, 이때 구나혜작가는 나의 작업을 보고 '항상 이기는 게임만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이번 개인전 후기를 적으면서 왜인지 모르게 그 말이 떠올랐다.
- 구나혜: 저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믿고 가서 결과가 정해지는 편인데 저랑 다르다고 느끼는 지점은 준영 씨는 과정의 무게를 결과그 자체 보다 뭔가 결과의 승패에서 ‘승’ 자체를 전제로 하고 가는 점이 재미있어요. 준영씨는 시작하는 거 자체가 아예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만 같은…
구나혜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내가 대상을 포착할 때는 항상 승을 전제하고 바라본다. 내 시선은 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대상과 나 사이에 1대 1 게임이 벌어진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모든 게임에서 이긴다면, 그 승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런 의미 없는 승리를 기대한다. 매번 이기는 게임이 반복되면서 의미 없어지는 게임, 그러면서 내가 포착한다고 믿는 시선에서 대상이 찌르는 모습이 등장하길 바랐다.
하지만 구나혜 작가는 다르다. 내가 이해한 구나혜 작가는 사물의 시선을 믿는다. 구나혜 작가의 게임은 형식부터 다르다. 사물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시선의 방향도 다르다.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마주하게 되는 beach ball1,2,3에서 뿜는 푸른빛, Nemo 02, 03, 04의 점멸하는 빛. 이런 빛은 사물에서 나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런 작업을 관찰하게 되는 시선은 사물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따라 공간을 배회했다.
이런 시선을 생각하면서 아이러브커피 같은 게임을 생각했다. 이런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상대를 패배시키는 승리 같은 조건이 없다. 이런 게임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건물이나 인테리어 용품 같은 공간을 꾸미는 오브젝트를 통해 게임을 진행한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보다 이런 오브젝트, 사물들이 주도적이다. 플레이어는 승리보단 오브젝트들이 잘 꾸며진 것을 보며 만족을 느낀다.
그렇지만, 생각을 해보면 오브젝트, 사물이 주인공이 된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이 오히려 플레이어를 잘 드러낸다 생각한다. 특히 대결을 하는 게임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승리 공식이 명확해지고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단순화된다. 게임 내에서 승리를 위해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는 없어진다. 반면 경영 뮬레이션 게임은 이러한 규칙에서 벗어난다. 오브젝트들이 모두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 다할수록, 조합이 신선하면 신선할수록,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된다. 구나혜 작가는 사물들이 게임 내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면서 플레이어인 관람자를 인식하게 하는 것 같다.
이건용 작가 그림 같이. 이런 상황이 상상된다. 오브젝트들이 여러 붓질이고, 그 가운데 드러나는 플레이어..
사실 구나혜 작가의 작업에서 관람자-플레이어는 이것보다 더 희뿌옇다. 붓질이 아니라 뿌연 공간에 여러 빛들이 겹쳐지거나 가려지면서 생기는 빈 형.. 아아 뭔가 생각날락 말락! 아 광주 비엔날레에서 봤던 나미라 작가의 수궁가라는 작업이 약간 비슷할 듯
사물에서 뿜은 빛들이 겹쳐서 흰색이 되고 그 빈 공간이 플레이어의 형상이 되는 그런 모습. 이런 빈 공간에 플레이어를 두기, 승리를 확언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단단하지 않지만 확실하게, 플레이어와 오브젝트, 나와 사물의 경계를 무너트리면서도 둘 다 존재하는 작업. 구나혜 작가의 작업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근데 축광안료로 빛을 뿜는게 아 이 빛 겹침의 느낌보다 더 간접적이고 사물이 중심이되고 이런 포인트가 있는데 더 연결시켜서 못적겠다. 진짜 재밌게 전시를 봤다. 여러 생각도 할 수 있고 좋아라~
아이고 힘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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