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강남에서 을지로까지 정말 대장정을 다녀왔는데 진짜 힘들어 팔짝 뛰었다. 그 대장정의 시작인 신한갤러리! 같이 수업을 들었던 이진솔작가가 전시를 해 다녀왔다. 전시는 3 작가가 신체로 감각해서 해석한 화면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신한갤러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나오는 지하에 있었다. 지하는 새로 지어 아직 상가 입주가 다 안된 아케이드센터 같았다.
지하를 들어가기 전에 경비아저씨가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물어봤다. 엉거주춤하게 전시요 하니까 저 안쪽을 가리켰다.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무료했다. 무료함이 말로 튀어나오기 전에 삼켜 뭔가 적당했다. 신기하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정의철 작가는 마띠에르, 캔버스 표면에 발리는 물질성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보았다. 이 과정에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무언가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거친 표면에 의해 무언갈 알아보는 시도가 좌절시키는 화면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이진솔 작가는 소리를 청각과 시각을 오가며 전시장에 등장시키는 시도를 했다고 이해했다. 캔버스 표면에 올려진 철가루는 엠프의 진동을 통해 추상화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까먹음 어쩌지 미안해요) 전시장 한편엔 불규칙한 시간마다 긁는 소리를 내는 장치를 해두고 돌아다닐 때 그 거슬리는 소리 때문에 소리의 진원지를 살펴보게 하는 설치작업도 했다.
김형수 작가는 표현적인 붓질로 표정과 인체를 다채롭게 그렸다. 평평하고 매끄러운 붓질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간중간 히스테릭하게 긁은 선들이 보였는데, 평평한 붓질과 다른 리듬감을 만들어냈다. 얇은 붓질보다 더 얇게 나오는 긁은 선 좋아~ 나와 같이 아크릴로 작업을 해 더 관심 있게 봤다.
전시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포착한 무언가를 '무성하게' 쌓아놓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무성하게 쌓는 것이 견고하게 쌓였냐 혹은 치밀하게 쌓였나라고 물으면 느슨하다 대답하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관람했다. 즐겁게 관람한 이유: 이런 빈 틈 안에서 나만의 해석을 집어넣으며 세 작가의 관계망을 상상했기 때문.
왜 느슨해 보일까? 감각에 대한 거면 정말 많은 비유, 언어, 결과물을 통해서 더 치밀하게 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란색을 이야기하더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로 '병아리 같은 노란색', '비타민 많이 먹은 것 같은 노란색' 등등으로 이야기하듯. 언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작가만의 언어를 기대하는 것 같다. 좀 더 많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데이터를 줘!! 다른 리플릿에 적혀있었나? 내일 확인해 봐야겠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는 잘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아 젠장.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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